사순 3주일을 맞아 교회공동체는 매우 특별한 말씀을만나게 됩니다. 오늘의 첫째 독서인 탈출기 3장은 모세가 최초로 야훼 하느님과 만나는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우리들 인생의 이야기에서도 “첫”으로 시작하는 모든 낱말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듯이 하느님과 모세, 곧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이야기에서도 그 “첫”만남은 매우 중대한 함의를 지니게 됩니다. 먼저 모세라는 인물은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을 이끄는 민족적 지도자로 구약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중 가장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약에 언급되는 예수의 성변화 사건에서도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하는 것은 예수시대에 모세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로 여겨졌는지를 반영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예언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유다교 전통을 따르는 이들은 모세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 모세가 야훼 하느님과 만나는 것은 단지 모세와 하느님의 만남이 아니라, 야훼와 이스라엘의 만남을 대표하고있습니다. 탈출기 3장은 우선 모세가 야훼 하느님과 어디에서 만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곳은 “하느님의 산 호렙”이라고 설명되는데, 호렙은 시나이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따라서 훗날 계약이 맺어질 그 장소에서 모세는 야훼 하느님과 미리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모세는 “떨기나무 한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을 보고 야훼(또는야훼의 천사)를 만나게 됩니다. 모세는 자신이 하느님을 만난 것을 알지 못한 채 궁금하게 생각하며 그것을 자세히 보러 가는데, 그때 야훼께서 그에게 명령합니다. 야훼의 명령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가까이 오지 말라”는 명령과 “신을 벗으라”는 두 명령은 고대종교의 틀 위에서 이해될 수있습니다. 지상에 속한 인간이 신적 세계와 접촉하게 되면 그는 죽거나 벌을 받게 된다는 믿음으로부터 우리는 첫째명령을, 그리고 인간의 몸에 걸친 것은 인간의 권위를 상징하므로 신 앞에서는 그와 같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종교적 이해로부터 둘째 명령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모세에게 그가 파라오와 백성에게 가서 전할 말을 일러주십니다. 그러자 모세가 하느님의 이름을 묻습니다. 아마도 모세의 질문은 다신적 세계관 안에서 모세가 알고 있던 숱한 신들의 이름 중 자신에게 나타난 신의 이름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질문에 하느님은 (오늘날의 신학자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대답하십니다: “에흐예 아셰르 에흐예”. 여기서 “에흐예”란 “하야(있다)” 동사의 미완료형, 즉 “있을 것이다”라는 의미이고 “아셰르”는 관계대명사입니다. 이 어려운 문장에 대해 수많은 학자들이 여러 가지 이론을 세워보았지만, 그 누구도 아직까지 확실하게 대답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는 일반적인 라틴말 번역인 “ego sum quisum”에 따라 “나는 있는 나다”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과연 탈출기 3장에 나오는 하느님의 이름이 정확히 무슨뜻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그 문장에서 사용된 동사인 “하야”라는 동사는 “있다/존재하다”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은 스스로 “있는” 분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있게” 하는 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는 것을, 즉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 하느님은 존재와 생명(!)의 하느님임을 그 “첫” 만남에서부터 어렴풋이 암시하고 있음을 그 행간에서 읽게 됩니다.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 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