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가장 큰 어른이자 지도자입니다. 때로는 정치가도 되고 때로는 행정가도 되며
때로는 외교관이 되기도 하지만, 교황님은 결코 정치가도 행정가도 외교관도 아닙니다. 교황님은 우선적으로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입니다. 바로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장 참조)는 분부를 세 번이나 들었던 베드로 사도의 뒤를 이은 분이 교황님이라는 뜻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교황님은 우리의 영적 지도자로서,우리 신자들의 신앙이 올바른 길 위를 걸어서 성숙해지고 견고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목자’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의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사목자는 어떤 덕목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강론도 잘하고 미사도
정성스럽게 거행하면 좋은 사목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병자 방문을 정성껏 자주 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애쓰면 역시 좋은 사목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밖에 성당도 잘 짓고 신자들과 친교의 관계도 잘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덕목들은 모두 중요하기는 하지만, 좋은 사목자의 최우선적인 덕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사목자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스스로도 하느님과 기도 안에서 일치하면서도 신자들로 하여금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입니다. 문득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한 23세 교황님의 일화하나가 생각나서 나누고 싶습니다.
어느 날 교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서가 방이란 방은 다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기도실에 앉아 있는 교황을 발견했습니다. 비서 신부가교황에게 기도실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무엇을 했냐고 묻자 교황이 대답했습니다 . “거기 그냥 앉아서 말했지. ‘당신은 여기 계시고 저도 여기 있습니다!’” 비서가 물었습니다. “다른 기도는 안 하셨습니까?” 교황이 대답했습니다.
“다른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네!”교황님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하느님의 사람이며, 신자들인 우리들도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께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했듯이,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나 우리는
항상 그분과 함께 있지 않습니다. 기도 가운데 우리의 존재를 그분께 열면서 그분의 현재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하느님께서는 실제적으로 우리를 위해 행동하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일 없이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십
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상의 일에만 눈이 팔려서 우리 눈을 하느님을 향해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끝내 롯의 아내처럼 구원받지 못하고 소금기둥이 될지도 모릅니다(창세 19,26 참조). 예수님을 따른다고 ‘립서비스’만 하고 눈과 마음은 딴 데 가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발을 헛디뎌 자빠질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 년의 절반이 지난 오늘부터 다시 한 번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는 기도하는 우리들을 반드시 구원으로 이끌어주실것입니다!
신희준 루도비코 신부/사제평생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