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서만 부를 소유하는 이는 죄를 짓는 것이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빚을 갚는 것과
같다.”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돌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애덕의 실천은 자선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빈곤 문제의 사회적 정치적 차원들에 대처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동의하십니까? ‘무한 경쟁’의 세상살이가 당연이며 필연이라고 믿는 분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 것입니
다.
혹시 그리스도인 가운데에 앞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가톨릭교회의 교리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번역 출판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의 사목헌장’과 ‘간추린 사회교리’에서관련된 부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구약과 신약성경을 관통하는 주제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하느님의 인류 구원’이며, 구약의
소재는 이스라엘의 이집트 노예생활에서의 해방(탈출), 신약의 소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서의부활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노예생활이든 어둠과 죽음의 굴레이든, 비구원과 억압의 상태는 있게 마련일 수도 있으나, 신앙
의 길은 끊임없는 해방과 탈출의 몸짓으로 땀과 피를 흘리는 고난의 여정입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에서 “맥 풀린 손”과 “꺾인 무릎”으로라도 기어서라도 걸어야 할 길입니다. 눈과 귀가 멀고 말을 못하고 다리를 절더라도 결코 멈출 수 없는 길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구원”과 “주님의 해방”을 향한 길이기 때문입니다(1독서와 복음).

혹여 신앙의 길이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 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과 함께 하며, 슬픔과 탄식이
사라진”(1독서) “고운 옷을 걸친 자들”의 “왕궁”(복음)을 보장해주는 지름길 혹은 부적이라고 믿는다면, 성경과 교회의 고백과 가르침은 귀에 거슬리고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말한 예언자들을 고난과 끈기의 본보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2독서). 고난과 끈기는 누구나 건너뛰고 싶은 장애물이지만, 이를 피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오늘을 특별히 자선주일로 기념합니다. 우리 교회가 예수님의 재
림을, 구원과 해방을 갈망한다면, 끈기를 갖고 정의의 의무와 애덕(자선, 빈곤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대처)을 실천해야 하고, 그 때문에 영광을 탐하기보다는 고난의 잔을 마셔야 합니다.

“힘을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우리 하느님이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시리라”(영성체송).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신수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