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성체는 생명이다’

연중 제20주일 (제1독서: 잠언 9,1-6 / 제2독서: 에페 5,15-20 /복음:요한 6,51-58)

성체성사는 친교의 성사, 하나의 빵 나누며 일치 이뤄
형제자매와 친교 못 이룬다면 주님과 친교도 어려워

 가톨릭신문 발행일2018-08-19 [제3108호, 15면]

연중 제20주일인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주시는 성찬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8월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주일마다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들어왔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빵을 먹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우리는 행복합니다.

오늘의 독서 또한 초대의 말씀입니다. 제1독서(잠언 9,1-6)에서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인이 일곱 기둥을 깎아 세운 좋은 집에 잔칫상을 차려놓고 초대합니다. 이에 응한 이들은 가서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며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혜의 길을 걷습니다.

구약성경에는 하느님께서 즐겨 받으신 세 가지 예물이 있습니다. 의인 아벨이 바친 양떼 가운데 맏배와 사제였던 멜키체덱이 아브라함을 축복할 때 봉헌한 빵과 포도주입니다.(창세 4,4; 14,17) 이스라엘 백성들은 해마다 과월절에 누룩 없는 빵을 먹고 파스카의 신비와 광야의 양식이었던 만나를 기억하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고, 주님의 말씀으로 산다”(신명 8,3; 마태 4,4)는 것을 상기합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제2독서의 말씀(에페 5,15-20)을 통해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당부합니다. 성령으로 충만해진 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하고, 모든 일에 언제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라고 일러줍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시어 성찬례(Eucharist)를 제정하셨습니다. 유카리스트라는 말은 ‘감사를 드리다’는 뜻입니다. 사도시대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인 디다케는 성찬례에 참석하려면 마음이 깨끗해야 하고 영성체 후에는 감사기도를 바치라고 일깨웁니다.

304년 튀니지의 작은 마을인 아비틴에서 49명의 그리스도인들이 펠릭스(O. Felix)의 집에서 성찬례를 거행하다가 디오클레시아누수 황제의 집회금지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심문을 받을 때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주일에 함께 모이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없다”고 고백하고 순교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오늘날 세계 어디서나 교회가 있는 곳이면 미사가 봉헌되기에 해가질 틈이 없습니다.

지거 쾨더의 ‘생명의 빵’.

오늘의 복음 말씀(요한 6,51-58)은 예수님께서 성체의 품격에 대해 밝히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생명입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주고 자기 피를 마시라고 한단 말인가?”(요한 6,52-54) 당시 유다인들 사이에 심각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유다이즘에서 피를 마시는 것은 금기사항(창세 9,4; 레위 17,10; 사도행전 15,29)이기 때문입니다. 사도의 가르침인 ‘디다케’와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을 보면 초기교회 때부터 성찬례가 거행되어왔기에 “주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은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성체 안에 현존하심을 분명히 밝힙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사제께서 축성한 빵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실체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성찬례를 통해 살아계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고 우리가 당신 안으로 들어가도록 초대하십니다. 초기교회 교부들과 성인들이 성체로 영적 양식을 얻고 충만하여 주님께 인도되었듯이 성체를 모신 우리는 거룩한 몸으로 변화됩니다.

성체성사는 친교의 성사입니다. 주님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성체를 통해 사랑의 일치를 이루게 하십니다. 한 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하나의 빵을 나누어 먹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형제자매들과 친교를 이루지 못하면 주님과 친교도 맺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가족들이 일치를 이루는 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중국음식 가운데 ‘팔진미’(八珍味)가 있습니다. 귀한 손님이 오면, 고기, 곡물, 야채 중에 고급재료를 골라 오색으로 맛있게 요리한 여덟 가지 무병장수의 음식이라고 합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조상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인 ‘만나’를 먹고도 죽었는데, 팔진미를 먹는다고 영원히 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영원한 생명을 누리려면 ‘참된 양식과 참된 음료’인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요한 6,53-55)

첫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는 행복합니다. 교회로 발걸음을 옮겨, 고요 속에 말씀의 식탁에서 기쁜 소식을 듣고, 한 식탁에서 축성된 생명의 빵을 흠숭하는 마음으로 모시는 미사는 ‘성사 중의 성사’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성체를 모신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여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주일미사 참례는 그리스도 신자에게는 의무입니다. 그렇다고 양 어깨에 짊어지는 멍에와 같은 의무는 아닙니다. 성체를 모시고, 형제자매들과 친교를 나누며,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가운데 자기를 발견하는 길입니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만나와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6,58) 성체는 살아계신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생명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달아 언제나 주님을 찬미합니다.’(시편 34 화답송) 당신의 몸과 피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주시고도 제일 못 받으시는 예수님! 지금까지 성사로 길러주신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살겠습니다.’

김창선 (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