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62호),  2018년 2월 18일(나해) 사순 제1주일


(생명의 말씀)  사순, 광야에로의 초대


*글:  최규하 다니엘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17세기의 위대한 지성이었던 파스칼은 '팡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들의 비참을 위로해 주는 유일한 것은 오락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들의 비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참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것이 우리들로 하여금 주로 우리 자신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모르는 가운데 죽어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무료함이나 고통, 그리고 나에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두려움을 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기란 여간 거북하고 우울한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들을 회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상의 소소한 

자극에 눈을 돌립니다. 


곧, 갖가지 오락거리에 탐닉하거나 자신의 일에 기계적으로 몰두하며 마음을 분주하게 만들어, 중요하지만 암울한 이런 주제들에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주변적인 것들에 몰두하여 삶의 무게를 회피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마치 알코올중독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삶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술에 의존하여 그저 잊어버리고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이 결코 건강한 삶의 자세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때때로 광야에 홀로 서야 합니다. 


광야는 메마르고 헐벗은 땅입니다. 먼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마른 입술을 축여줄 시냇물도, 주린 배를 채워줄 식량도 없고, 

긴 여정의 지루함을 달래줄 꽃 한 송이 피어 있지 않은 불모의 땅이 바로 광야입니다. 이 황량한 광야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됩니다.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자신이 얼마나 유혹에 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고, 헛된 교만에서 벗어나 자신의 유한함을 직시하며,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덧없는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광야는, 이렇게 자신의 유한함을 깨달은 인간이 비로소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분께 진심으로 돌아서는 장소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통과 결핍의 땅인 이 광야가, 누군가에게는 하느님을 직접 뵈옵는 은총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 광야가 꼭 특정한 장소일 필요는 없습니다. 삶의 여정 중 맞이하는 아득한 절망의 순간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상황들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광야가 아닐까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을 시작하며, 교회는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이 은총의 시기 동안 예수님과 더불어 광야에 

머물도록 초대합니다. 결핍과 고통의 장소. 세찬 유혹의 시간.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나 홀로 버려진 듯한 그 절망의 땅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과 함께 하는 이 광야의 여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를 만나고 참 하느님을 뵈올 것입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