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54호), 2017년 12월 31일(나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생명의 말씀)    성가정의 봉헌


*글: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해외선교(과테말라)


과테말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후 40일이 지나면, 성당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사제에게 축복의 기도를 청합니다. 

그러면 사제는 아이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파견 성가 전 제대 앞에서 아이의 부모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아, 

하늘을 향해 높이 아이를 받쳐 들고 하느님의 축복을 청합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예식이지만 과테말라에서는 아주 흔한 축복의 모습입니다. 

교회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주님 봉헌 축일을 지냅니다. 아마도 이러한 기원에서, 과테말라에서도 아이가 태어나면 

40일째 되는 날, 아이를 성전에 봉헌하며 하느님께 축복을 청하는 예식이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늘 높이 치켜든 제 손에서 아이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고, 불안한 마음에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아이를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드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40일 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기도합니다. 


왜냐하면 과테말라에서는 영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갓난 아이가 태어난 지 40일이 지나면, 그 자체가 부모에게는 축복이며 

감사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건네받을 때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의 생명을 보살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온 마음으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칩니다. 특별히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부모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성모님의 마음과 요셉의 마음을 느껴보게 됩니다. 그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산후조리 시설도 없었을 것이고, 

신생아용품도 발달되어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40일째 되는 날, 성전에 아기 예수님을 봉헌하는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은 무엇 보다도 감사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메온과 한나의 예언처럼, 앞으로 아기 예수님께서 드러내실 구원의 빛과 영광에 대한 축복을 청하는 마음도 가득하였을 

것입니다. 


성가정 축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도 성모님과 성 요셉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가정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정 안에 때로는 부족한 모습이나 많은 문제들이 있다 하더라도, 갓난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께 

우리 가정을 맡기며 축복의 기도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비해 영아 사망률이 높은 과테말라에서는 아이가 살아있는 그 자체가 감사이며 축복인 것처럼, 지난 시간 우리 가정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정이 하느님 앞에 살아 움직이며 봉헌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는 복음 말씀처럼 우리 모두의 가정이 

하느님의 총애를 가득히 받으며 성가정으로서 세상의 빛이 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는 주님의 도구가 되기를 청해봅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