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47호),  2017년 11월 19일(가해)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생명의 말씀)    내가 받은 한 탈렌트에 감사하기


*글:   최규하 다니엘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오늘 복음에 나오는 탈렌트의 비유에서는, 어떤 이가 긴 여행을 떠나면서 평소 신뢰하던 세 종에게 재산을 맡기고 떠납니다. 

셋 다 똑같이 나누어 받도록 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텐데, 한 종에게는 다섯 탈렌트를, 다른 종에게는 두 탈렌트를, 

그리고 마지막 종에게는 한 탈렌트를 맡기는 식으로 차별을 두었습니다.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이러한 주인의 처사에 심사가 뒤틀렸던 모양입니다. 주인이 맡긴 돈을 투자하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땅에 묻어 두었다가, 주인에게 그대로 돌려주며 이렇게 퉁명스레 말합니다.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속상했겠지요. 다른 종들과 비교하여 나만 푸대접받는다며 부아도 났을 것이고, 나도 기회만 주어졌다면 다른 종들 못지않게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노라 항변하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이 종이 보기에 자신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것은 모두 주인 탓입니다. 심지도 않고 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한 탈렌트를 받은 것은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것과 같을까요? 당시의 화폐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연구에 따르면 한 탈렌트는 6000데나리온에 해당하는데, 한 데나리온은 당시 일용노동자의 하루 임금이라고 합니다.

(참조: Marvin A. Powell, “Weights and Measures,” in Anchor Bible Dictionary vol.6, 1992) 


휴일 등을 제하고 일 년에 300일을 일한다고 치면, 일용노동자가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동안 꼬박 모아야 

비로소 한 탈렌트를 손에 쥐게 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얼마전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건설근로자의 일당이 

15만 원이라고 하는데(연합뉴스 2017년 4월 3일) 여기에 대입해보면 한 탈렌트는 9억 원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다섯 탈렌트에 비하면야 한 탈렌트가 적은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한 탈렌트 자체의 가치를 따져보면 보통 사람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엄청난 금액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종이 다섯 탈렌트를 받은 다른 종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데 온통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이 받아 가진 것의 가치를 찬찬히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주인에게 

불평하기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미 받아 누리고 있는지 또 주인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깨닫고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었을 텐데요.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더 가진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만이 쌓이고 불행이 시작되게 마련입니다. 

여러분 중, ‘하느님은 왜 나에게만 아무것도 주시지 않고 나만 이렇게 못나게 만드셨지…’ 하는 생각에 속상해하는 분이 계신다면, 

자신을 다른 잘난 이들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잠시 자기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님께 받은 한 탈렌트는 땅에 묻어둔 채 ‘주님은 나에게는 심으시지도 뿌리시지도 않으시네!’라며 불평하는 중인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