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모든 이 초대받은 혼인 잔치

연중 제28주일 (마태 22,1-14)

발행일2017-10-08 [제3065호, 18면]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주님의 날을 혼인 잔치에 비유합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 25,6) 이렇게 주님의 날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내시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실 뿐만 아니라 죽음을 영원히 없애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날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보라, 이 분은 우리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이사 25,9)

오늘 복음 역시 주님의 날을 혼인 잔치에 비유합니다. 마태오는 이사야가 예언한 주님의 날, 곧 혼인 잔치가 이미 준비되었다고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위한 혼인 잔치를 준비하신 뒤 사람들을 초대하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혼인 잔치의 신랑은 예수님이고, 그 신부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입니다. 교회는 새 계약으로 탄생한 그리스도의 신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아먹게 하고, 풍성한 포도주를 마시도록 해 주십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임금이신 하느님은 종들을 보내어 처음 초대받았던 이들을 불러오게 하십니다. 그들에게 보내어진 종들은 이사야와 같은 예언자들이고, 초대받은 이들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로 대표되는 유다인들입니다. 그들에게 임금의 초대가 전해지지만 그들은 종들이 전하는 초대에 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두 번째로 다른 종들을 보내어서 그들을 초대합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임금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으며, 어떤 이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이미지에서 우리는 주님의 날을 선포하던 예언자들, 더 나아가 하느님의 아들마저도 거부하고 죽이던 유다인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결국, 임금은 진노를 터트리고 맙니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어 살인자들을 없애고 고을을 불살라 버립니다. 그들을 위해 마련된 축제의 날, 구원의 날이 진노의 날로 돌변하는 순간입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임금은 종들에게 말합니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에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종들은 임금의 명에 따라 길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데려옵니다. 그렇게 해서 잔칫방은 손님으로 가득 찹니다. 이제 유다인들을 대신하여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로 불리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초대받는 데에는 어떤 조건도 없습니다. 악한 사람이든 선한 사람이든 누구나 하느님의 초대를 받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임금은 손님들을 둘러보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만나자마자 그를 질책합니다. 그리고는 하인들을 시켜 그의 손과 발을 묶어 바깥 어둠 속으로 던지라고 명령합니다. 누구든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지만, 악인이든 선인이든 준비를 갖추어 잔치에 나아가지 않는다면 잔칫상에서 쫓겨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유다인들과 같이 올바른 예복을 갖추어 입지 않는다면 혼인 잔칫상에서 결코 참된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올바른 예복을 갖추어 입는다는 말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이 알려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 복음도 이런 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하라고 권고합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주님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는 미사성제를 통하여 주님의 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미사성제를 거행하면서 영원한 혼인 잔치에 맞갖은 혼인 예복을 갖추어 입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태오가 이야기하듯이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되는 이들은 적을 것입니다.(마태 22,14) 그러니 각자 혼인 예복을 잘 갖추어 입어 하느님의 영원한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준비하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