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을 맞아 대구신학교 안드레아 신부님의 글을 올려 봅니다.

'성소'는 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거룩한 부르심입니까?
성소 중에서 가장 근원적이고도 중요한 성소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 받은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하느님의 상속자로서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받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은 내가 스스로 원해서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불러주셨기 때문에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소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부르시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의식하기도 전에 부모님을 통해서 그 부르심을 받아 유아세례를 받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열심히 고심을 하다가 부르심을 느끼고
교리를 배우고 영세를 받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죽을 병에 결려서야 그 부르심을 깨닫고 응답하기도 합니다.

형제자매님,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불렸든지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받은 선물을 잘 관리하고 누리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하는님의 자녀로 남아 있고 그분의 영원한 생명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끝까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셨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말씀해 주셨고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우리 모두를 아버지께로 인도하는 착한목자라고 말씀하시면서
양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라 올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중략)

예수님꼐서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으시고 각자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살도록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르면서 교회를 성장시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 살면서 교회를 위해 전적으로 봉사하겠다고
사제 혹은 수도자의 삶을 택합니다.
이렇게 결혼성소, 사제성소와 수도성소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 살되 어떤 양식으로 사느냐의 차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중략)

형제자매님
그러므로 성소주일은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새롭게 인식하고
그동안 비스듬하게 넘어져 있던 안테나를 바로 세우고 내 삶에 맞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들을수 있도록 주파수를 점검하는 날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랑이 어떤 종류인지,
또 그 사랑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날입니다.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사랑의 생활이 참으로 기쁜지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기쁘다면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아버지의 뜻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미사를 통해서 무엇보다 먼저 나를 당신의 자녀로 불러주셨음에 감사를 드리고,
또 나에게 허락하신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리면서
그 삶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강한 의지를 주시기를 기도드려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뜻을 잘 행하기 위해서 구하는 자식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실 것입니다.

형제자매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으로 주어진 삶의 터전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