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201호0, 2018년 11월 11일(나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생명이 말씀)   하느님 앞으로 떼어낸 그것은, 하늘나라를 살아가는 은총의 샘이 됩니다 


*글: 홍성만 미카엘 신부 |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담당


한강성당은 지역 전체가 아파트촌입니다. 16년 전 본당신 부로 부임을 받은 저는 5년 동안 사목을 하면서, 

거의 한 달에 한 번, 새벽 미사를 끝내고 몇몇 사목 위원 형제들과 식사를 하던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아파트 

한가운데 고립된 섬 처럼 남아있는 자그마한 재래시장에 위치한 소박한 식당입니다. 


성당에서 걸어서 약 10분 걸립니다. 식당 주인은 개신교 신자로 60세가 넘어 보이는 부부였습니다. 

어느덧 저와 주인 아주머니와 친숙한 사이가 되었는데, 한 번은 한 형제로부터 음식값을 건네받은 돈을 저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은 오늘 첫 번째로 번 돈이기 때문에 하느님 앞으로 떼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순간 저의 마음은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 되었습니다. 


아마도 바로 옆 커다란 성당의 본당신부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여하튼 그때 아주머니의 모습과 

말씀은 때때로 내 안에서 울림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첫 번째로 번 돈이기 때문에 하느님 앞으로 떼어 놓은 돈, 사실 이 돈은 일상적인 돈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속한 

성스러운 돈입니다. 이 성스러운 돈은 아주머니께서 일하시는 그날 활력을 불어넣었을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 

맡기고 의지하는 희망도 그만큼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떼어 놓은 그만큼 자신이 하느님께 속하여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떼어낸 성스러운 

돈은 자신을 인도하시는 주님을 또다시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합니다. 이때 하느님 앞으로 

떼어낸 성스러운 그 것(돈)은 주님의 인도와 사랑을 느끼게 하는 은총의 샘이 되어줍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글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녹록지 않은 우리의 삶이지만 어떠한 처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뿌리는 내 삶 어디엔가 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 안에 은총의 샘이 있는 줄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께 속한 자신임을 느끼기에, 

선한 마음으로 떼어낸 나의 재물, 시간, 재능, 나 자신의 어떤 것들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으로 은총의 샘이 됩니다. 

이 은총의 샘은 언젠가 또다시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하느님이 나를 인도하고 있다는 것을희망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눈길을 사로잡은 과부인 그녀는 궁핍한 가운데 생활비 전체를 봉헌합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자신의 삶 전체를 떼어놓은 성스러운 삶 자체입니다. 지상에서의 하늘나라 삶입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지금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습니다. 은총의 샘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만큼 말입니다. 


나는 지금 어느 정도 하느님의 나라를 구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사는 만큼 하느님을 향한 희망은 내 안에서 커집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