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제1466호), 2018년 5월 27일 발행


(5월 성모성월기획)  주님 승천후 성모님은 어디로 가셨을까?


 --- 성경에는 구체적인 내용 없어 두 가지 전승 유력하게 남아 예루살렘 또는 에페소 기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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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솔렘 생 피에르 수도원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영면’ 조각상.(1540년 작) 성모 마리아가 사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된 잠에 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에 오른 뒤 성모 마리아는 어디로 갔을까.

성경은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마리아가 예루살렘의 어느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했다(사도 1,14 참조)는 기록이 끝이다. 하지만 행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예수는 숨을 거두기 직전 

한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이른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성경학자들은 

그 제자가 요한 사도라는 전승에 동의한다. 

마리아의 행방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승이 유력하다.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아들이 걸은 십자가의 길을 매일 걸으며 여생을 보내다가 사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永眠)에 

들었다는 것이다. 올리브 산 근처에 성모 마리아 무덤 교회가 있다. 오늘날까지 동방정교회가 관리하고 있다. 

예루살렘에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영면 교회라고 불리는 성당이 하나 더 있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이 지키는 이 성당은 

마리아가 승천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성당 이름이 ‘도르미시오 베아테’(Dormitio Beatae)인데, 우리말로 ‘복된 잠’이란 뜻이다. 


바오로 사도의 선교지 터키 에페소에서도 행적을 더듬을 수 있다. 에페소는 431년 공의회가 열렸을 정도로 그리스도교가 

번창했던 도시다.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고대 유적지 앞산 남서쪽 능선에 성모 마리아의 집이 있다. 마리아와 요한 사도는 박해를 피해 

이곳에 와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전승은 오랜 세월 이슬람 통치 하에서 묻혀 있었다. 

하지만 4세기 이전의 교부들 글에서조차 마리아의 생애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든 점은 이상하다. 왜 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김광수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박해 속에서 생존과 복음 선포에 집중하느라 

겨를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일 먹을 식량조차 없는 집에서, 당장 살해 위협을 받는 사람(박해시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갈 수 있겠는가. 

초기 교회는 살아남는 것, 그래서 기쁜 소식을 만방에 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부활과 복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모님 임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다.”(「마리아 이야기」 208쪽)

에페소 성모의 집을 발견한 경위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독일의 가타리나 엠메릭크(1774~1824) 수녀는 전신마비로 꼼짝 

못 하고 있던 12년 동안 성모의 생애와 발현을 포함해 성모에 관한 환시를 여러 번 체험했다. 성모가 여생을 보낸 집과 주변 지형까지 

상세히 구술한 내용을 묶은 책이 「동정 마리아의 생애」다. 

에페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의료 선교하던 마리에 그랑세이라는 수녀가 이 책의 번역본을 읽었다. 마리에 수녀는 동료들과 

책에 서술된 성모의 집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1891년 지금의 집터를 발견했다. 고고학자들은 “1세기 집터에 4세기쯤 교회를 

건축했던 유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1년 이곳을 순례지로 선포했다. 

가톨릭교회는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려졌다고 믿는다. 비오 12세 교황이 1950년 성모 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 이 교리는 20세기에 갑자기 

굳어진 것이 아니다. 4세기 그리스 살라미스의 에피파니우스 주교가 승천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이후 숱한 신앙 고백과 신학적 

연구가 뒤따랐다. 이런 논의와 믿음이 무르익어 정착됐다. 성모 승천은 그리스도처럼 스스로 하늘로 올라간 것(라틴어 ascensio)이 

아니라 주님에 의해 불려 올려진 것(assumptio)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옛날에 성모몽소(蒙召)승천이라고 

표기했다. 부름(召)을 받았다(蒙)는 뜻이다. 

(*글: 김원철 가톨릭평화신문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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