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61호),  2018년 2월 11일(나해) 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생명의 말씀)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글:  유환민 신부 | 서울대교구 홍보국 차장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어렵사리 다가와 무릎 꿇고 도움을 청하던 그가 간신히 건넨 말입니다. 


육체적 고통에 죄인의 낙인까지 몸에 지고 추방된 그가 시쳇말로 ‘요즘 한참 뜨는’ 예수님, 늘 인파에 휩싸여 다니던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겪었을 수모와 고생을 생각하자면 왜 좀 더 간절하게 적극적으로 애원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한바탕 눈물 콧물 쏟으며 

주저앉아 하소연하고 매달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절 꼭 좀 고쳐 주십시오” 또는 “선생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대신 그가 내뱉은 말은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였습니다.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에서 이미 그가 예수님의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은 과연 예수님께서 ‘불결한 나’, 흉하고 부정한 나를 도와주려 하실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고자 하시면”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껏 그토록 철저하게 소외되고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삶을 살던 

본인에게 예수님께서 과연 어떤 선의를, 호의를 품으실 지 자신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나병 환자에게 연민의 정을 품으셨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육체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절망으로 썩어 문드러진 

그의 내면까지도 꿰뚫어 보신 주님께서 그를 가엾게 여기시고 구원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내가 하고자 하니, 흉하고 고통스러운 병을 고쳐주는 차원을 넘어 내가 너의 망가진 삶을 회복시켜 

주기를 원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내가 하고자 하니, 더 이상 네가 홀로 버려진 존재가 아님을, 이제부터는 하느님 아버지의 소중한 

아들임을 네가 깨닫기를 원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과연 나 같은 사람도 돌볼 이가 있을까,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확신하지 못해 “하고자 하시면”하고 다가가 청한 

그에게, 주님께서 “하고자 하니”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의 벗으로 오신 분이 오늘 그를 곤혹스러운 처지와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해방시키시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라고 공동체 안으로 다시 들여보내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라는 말씀 안에 이런 모든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때로 우리 역시 깊은 좌절감과 자기 비애에 빠져 감히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지도 못한 채 우울과 낙담과 무기력한 상태로 삶을 

허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는 그런 우리에게 언제든 기꺼이 손을 내미십니다. 우리의 말 못하는 내면을 알아주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마르 1,41-42)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