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묵상] 구원과 파멸, 종말에 심판하실 주님

그리스도 왕 대축일 (마태 25,31-46)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11-26 [제3071호, 18면]

오늘 제1독서에서 주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친히 양 떼를 찾아 보살펴 주시리라고 약속하십니다.(에제 34,11) 당신은 유배로 인해 흩어져 있던 당신의 양 떼 이스라엘을 구해 내고 보살피실 것입니다. 당신 몸소 그들을 먹이고, 그들을 누워 쉬게 하실 것입니다. 오늘 화답송에서 노래하는 시편 23장 말씀 그대로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네.” 주님께서는 착한 목자이시기에 잃어버린 양을 찾아내고, 흩어진 양을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목자이신 주님께서는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에제 34,16)고도 말씀하십니다. 양 떼에 속해 있다고 해서 다 같은 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들 가운데는 다른 양들이 먹어야 할 것을 대신 빼앗아 먹고, 약한 양들을 밀쳐대는 힘센 양, 곧 거들먹거리며 교만을 떠는 나쁜 양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백성들을 유배라는 힘든 상황에 빠트렸던 임금과 그의 신하들, 높은 지위를 누리던 유다의 지도자들을 말합니다. 또한 유배라고 하는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배불리는 양들을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여기에 덧붙여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에제 34,17)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양과 염소를 함께 기르곤 했는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양들은 순하기는 하지만 게을러서 움직이기조차 싫어하는 짐승입니다. 그래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염소가 없으면 병에 걸리기도 쉽고, 길을 찾아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염소들은 겉으로 보기에 양들을 못살게 구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게으른 양들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며 어려운 길이나 위험에서 양들이 벗어나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예레 50,8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빌론 한가운데에서 칼데아인들의 땅에서 도망하여라. 거기에서 빠져나와 양 떼 앞에서 걷는 숫염소들처럼 앞장을 서라.” 이렇게 보니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는 하느님 말씀은 마치 다른 양들의 것을 빼앗아 먹은 뒤 누워서 살만 찐 못된 숫양과 사람들에게 비난받지만 오히려 그들을 이끌고 가며 삶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숫염소 사이에 시비를 가려주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염소의 이미지가 다소 부정적이게 된 데에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의 영향이 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양들을 오른쪽에, 염소들을 왼쪽에 세울 것이라고 말씀하신 뒤 오른쪽 사람들에게는 구원을, 왼쪽 사람들에게는 파멸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 때문에 염소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생겨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염소가 양보다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종말이 되면 구원받을 자와 구원받지 못할 자가 분명히 드러나고 갈리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목자는 양과 염소를 우리에 넣을 때 추위를 타는 염소는 우리 안쪽에, 더위를 많이 타는 양은 우리 바깥쪽에 따로 구분해서 재우는데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둘로 가르는 행위 자체를 비유로 들어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참된 임금이심을 고백하는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바로 종말 때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와서 옥좌에 앉을 재판관이심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곧, 종말이 되면 모든 이들을 그 행실에 따라 심판하시어, 어떤 이는 구원으로, 어떤 이는 파멸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이 말씀과 함께 예수님께서는 당신 재판의 기준도 명확히 밝혀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굶주리고, 목마르며, 나그네로 살고, 헐벗으며, 병든 이들을 어떻게 대하였느냐입니다. 그들을 주님 대하듯이 대한 이들은 구원을 얻게 될 것이고, 그들에게 아무것도 베풀지 않은 이들은 파멸에 이를 것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전례력 마지막 주간을 지내고 있는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는 예수님의 판단 기준으로 볼 때 어느 쪽 편에 서게 될 이들인지에 관해 깊이 되돌아봅시다.

*글: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