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묵상] 주님 자비로 맺는 풍성한 포도 열매

연중 제27주일 (마태 21,33-43)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10-01 [제3064호, 18면]


오늘 제1독서에서 봉독한 이사야 예언서는 하느님을 포도밭 주인으로, 이스라엘을 포도밭으로, 그 백성을 포도나무로 비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을 하나 두고 계신데, 그 밭을 일구고는 포도나무를 심으셨습니다. 그리고 탑을 세우고 포도 확을 만드신 뒤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포도나무는 좋은 포도를 맺지 못하고, 들 포도를 맺습니다. 그래서 포도밭 주인은 울타리를 걷어치워 뜯어 먹히게 하고, 담을 허물어 짓밟히게 할 것이며, 그 모든 것을 황폐하게 내버려 둘 것이라고 말합니다.(이사 5,1-7)

이 말씀은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사람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을 통해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셨는데, 이스라엘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울부짖음과 불의함뿐이었습니다. 결국 하느님은 그들의 불행을 선포하십니다. 그들에게 남는 것은 포로로 끌려가는 것뿐입니다.(이사 5,13) 실제, 이사야의 예언에 따라 이스라엘 집안은 폐망하고 모두 포로로 끌려가 버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와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밭 임자이신 하느님께서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밭을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나십니다. 여기서 소작인들은 유다인들,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유다의 지도자들을 의미합니다. 드디어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임금은 자기 몫으로 소출, 곧 좋은 포도 열매를 받아오라고 종들을 보냅니다. 여기서 종들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파견하신 예언자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종들을 보자 매질하고, 죽이며 괴롭힙니다. 주인이 아무리 많은 종들을 보내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주인의 소출을 주려 하기보다, 그들을 때리며 조롱하고, 죽입니다. 결국 주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을 보냅니다. 그들이 자신의 아들 정도라면 존중해 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여기서 아들은 예수님 자신입니다. 하지만 소작인들은 주인의 아들을 죽이고,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고자 합니다. 결국, 주인은 소작인들을 처단해 버리시기로 작정하였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이 비유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이 내버린 돌로 놀라운 일을 하셨다는 말입니다. 주님께서 소작인들, 곧 아들을 죽인 유다인들에게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게 될 다른 민족들에게 그 포도밭을 넘기셨다는 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머릿돌로 하여 세워진 새로운 민족, 곧 포도밭을 넘겨받은 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도밭을 넘겨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그 포도밭을 잘 가꾸어 열매를 맺고자 합니다. 만약 우리가 포도밭을 잘 가꾸고 하느님께 그 소출을 바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우리도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본래의 가지들을 아까워하지 않으셨으면, 아마 그대도 아까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로마 11,21)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하느님께서 유다인도, 우리도 당신의 자비로 다시 열매 맺도록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옛 이스라엘도 포도밭을 빼앗겼지만 결국 되돌아와서 함께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게 될 것입니다.(로마 11,25-32)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런 일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이처럼 우리가 신앙 안에서 배운 바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 모두는 참된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좋은 포도 열매를 풍성히 맺고,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살게 될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