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지휘자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1867∼1957)가 걸은 지휘자의 길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원래 첼로 연주자였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아주 심한 근시여서 앞에 놓인 악보조차 잘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현악단에서 첼로 연주를 할때마다 토스카니니는 항상 악보를 미리 외워서 연주회에 나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은 연주회 직전에 갑자기 지휘자가 공석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악단에서는 지휘자를 대신할 사람을 바쁘게 찾았습니다. 악단을 지휘하기 위해선 연주할 곡을 전부 악보 없이 외우고 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오케스트라의 단원 중에 곡을 전부 암기하여 외우고 있던 사람은 오직 토스카니니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임시 지휘자로 발탁되어 지휘봉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19세, 바로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늘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해서 “항상 깨어 주님의 날, 주님의 시간을 잘 준비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우리 신앙인의 준비 자세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비유에서는 열 처녀 중에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을 맞을 준비로써 등잔뿐만 아니라 기름까지 준비했습니다. 언제올지 모르는 신랑을 위해 충분한 기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충분한 기름으로써 등불을 밝히며 밤늦게 찾아온 신랑을 마중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잔만 준비했지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준비와 실천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철저한 준비와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정직과 성실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그리스도인이라는 등잔이 있습니다. 하지만 등잔만 가지고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등잔에 참 그리스도인이라는 진정한 신앙생활의 기름이 필요합니다. 착한 행실과 열심히한 기도생활, 그리고 이웃을 위한 희생과 봉사가 참 그리스도인이라는 기름이라고 하겠습니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 기름을 충분히 준비했던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우리도 항상 준비하는 생활로 우리의 기름을 채워야 하겠습니다.
고준석 토마스아퀴나스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