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세 가지가 고민, 말다툼, 빈지갑이랍니다. 그중에서 빈 지갑이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다고 합니다. 돈에 대한 탈무드의 격언입니다.
한 언론사에서 젊은 대학생들에게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상당수가 “돈”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물론 돈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돈을 우상처럼 숭배하기까지 합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끔찍한 뉴스들을 보면 항상 돈이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사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씁쓸합니다. 성경에서 돈과 재물 자체가 나쁘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다만, 인간의 무분별한 돈과 재물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경계합니다. 돈이 무엇이기에 천륜마저 무시하게 하는 힘이 있을까요? 문제는 돈과 재물 자체가 아니라 분수에 넘치는 인간의 욕심이 잘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하느님이냐? 재물이냐? 구체적으로 두 주인을 섬기기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세상의 재물이란 결코 내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저 잠시 맡고 있는 관리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잘 관리했던 사람은 재물 때문에 복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항상 큰 유혹이 놓여 있습니다. 재물과 하느님을 다 섬기고 싶은 유혹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요구는 분명하고 단호합니다.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무엇보다 먼저하느님을 선택하라는 우선적인 가치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삶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일하지 않고 게으르거나 규모 없는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과 사랑을 요구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갖지 않게 되면 실질적으로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갖게 되고 걱정을 야기합니
다. 그리고 걱정은 삶을 비참하고 병들게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
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그렇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의 괴로
움을 미리 힘들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잘 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을 잘 산다는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하느님께서 우리를 생각해 주신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을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우리를 살리고 구원하고
그리고 행복을 주는 것은 결코 돈이나 재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분명해 졌습니다.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