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둘째 주일을 맞이하여 교회공동체는 첫째 독서로 이사야 예언서 11장의 말씀을 읽습니다.
여기서 예언자는 자신이 환시하는 메시아 왕국에 대해 노래하는데, 그 왕국의 묘사에 앞서 예언자는 우선 그가 누구인가를 1-2절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메시아는 우선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돋아나는 햇순, 즉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인 다윗임금의 혈통입니다. 그것은 메시아의 적통성에 대한 언급입니다. 2절에서는 그메시아에게 “주님(야훼)의 영”이 머무른다고 말하면서, 그 영의 속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 속성은 모두 6가지인데, 지혜(sapientia), 슬기(intellectus), 경륜(consilium), 용맹(fortitudo), 지식(scientia) 그리고 경외(timor)입니다. 여기에 효경(pietas)이 더해지면 성령칠은이 됩니다.
3절에서는 2절의 마지막인 “경외”에 대해 반복하여 언급하면서, 메시아는 하느님을 경외하기에 자기의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대로, 즉 자신의 편의대로 심판하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 3절이 무슨 의미인지를 4-5절은 부연하여 설명합니다. 그것은 장차 메시아가 강한 자들과 타협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무뢰배를 내리치고” 악인을 처벌하는 정의로운 심판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6절부터 등장하는 대목은 진정 경이로운 묘사입니다.
메시아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의와 함께 “늑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닐 것이며,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는… 그런 정의로움이 그 메시아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언자는 선언합니다. 그것은 메시아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의가 단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됨을 의미하며, 하느님의 정의로움이 단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세상의 관계에서도 역시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9절에서 그 경이로운 정의로움의 출발점은 바로 “주님을 앎”이라고 예언자는 밝힙니다. 여기서 이사야 11장이
전하는 메시아의 본질적 정체가 드러납니다. 메시아는 바로 “하느님은 과연 누구인가?”라고 묻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의 공의로움을 선포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포된 정의로운 하느님 나라에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겨레와 온 우주가 평화를 누릴 것이라는 일종의 영광송과 함께 오늘의 독서는 마무리됩니다.
오늘의 독서를 거꾸로 읽으며 요약해 본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신학적 명제를 만나게 됩니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로움에 기초하며, 참다운 정의는 공의로운 하느님에 대한 앎에서 출발하고,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은 주님의 영을 통해서이다.” 이사야의 예언은 이루어졌고, 메시아는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며 교회공동체는 2000년이 넘는 시간을 세상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지도 또 정의롭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2010년 대한민국의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인문서의 제목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대변합니다. 그것이 오늘 대림 2주를 맞으며 우리 온 교회공동체가 우리와 함께 계셨던 메시아를 그리워하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고대하는 까닭이겠습니다.
마라나타(주님 어서 오소서)!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