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황제일 때 스페인을 점령한 일이 있었습니다. 17세기 초엽, 스페인의
왕인 카를로스 4세와 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왕자 페르난도와의 싸움에 나폴레옹이 개입되어, 스페인을 정복하려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1808년 5월 2일과 3일에 강제로 스페인 왕가를 “바욘”이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으로 강제로 이주시켰습니다. 바로 그때 시위대와 프랑스 군대가 부딪쳤는데, 수많은 시위대가 이틀에 걸쳐 색출되어 죽어갔습니다. 이 긴장감 넘치는 작은 충돌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그 유명한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 2일”과 “1808년 5월 3일”입니다.
이 사태로 나폴레옹은 스페인 정복에 발판을 얻어, 자신의 형을 조제프 1세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왕으로 세웠
습니다. 나폴레옹의 전쟁의 명목은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주의를 스페인에 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봉건주의적 특혜를 폐지하고, 전체 교회의 3분의 1을 폐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복은 영국의 개입과 스페인 민중들의 저항으로 실패하게 되고, 결국 나폴레옹은 1815년이 전쟁의 패배로 왕위에서 물러나 성 헬레나 섬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역사에서 수많은 왕들은 자신의 지배욕과 명목으로 수많은 인명을 사살하면서 이웃 나라를 정복하려다, 실패와 쓸쓸한 죽음을 맞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역사에서 보인 그런 왕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로마 압제에
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메시아, 구약의 오랜 예언속에 나타날 “왕”은 결국 십자가의 처절함으로 백성들에게 나타납니다. 제국을 지배한 위세 당당한 황제 나폴레옹 같은 위용을 보고 싶어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십자가 위에서 죽어가는 예수님을 보고 조롱했습니다. 심지어함께 달린 죄수에게도 모독을 당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동안 사람들을 위해 보여주신 모든 기적과 표징이 무의미한 상태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분의 말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외침이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었습니다. 군중들은 그들이 믿었던 왕,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절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라고 빈정거립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바라는 왕은 어떤 왕입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처럼 내세우면서, 지
배자의 위풍당당한 나폴레옹 같은 왕, 아니면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죽어 가시는 왕, 어느 왕을 바라며 살아갑니까? 세상 왕의 종말은 비참하게 끝났습니다. 아니 그 왕들은 단지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왕,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영원히 당신의 나라를 통치하십니다. 처절한 십자가의 고통을 넘어, 백성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활의 영광 속에, 이 세상을 초월해서 영원히 신앙인들과 함께 그분의 나라를 통치하십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베풀어 주신 모든 표징이 그 의미를 찾습니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메시아시라는, 진정한 이 세상의 왕이라는 사건, 그것은 바로 부활입니다.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는 한낱 영웅이 아니라, 영원히 우리를 사랑의 법칙으로 다스릴 영원
하신 왕이십니다. 신앙인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왕께 경배하도록 초대하고, 그들을 진정한 왕의 나라로 인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구세주 왕께 경배드리세! 아멘.
양해룡 사도요한 신부/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