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담긴 선물은 자신의 마음을 실제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됩니다. 선물을 줄 때 우리는 반드시 선물을 받을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처지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상대방을 위해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렇듯이 선물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가장 잘 표현할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公顯)이란 “공식적으로 나타내 보이다”는 뜻으로서, 예수님께서 온 인
류를 위한 구세주로 드러나심을 의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동방의 박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귀한 선물로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바칩니다. 이 세 가지 예물은 예수님의 생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것입니다. 황금은 왕을, 즉 예수님을 하늘과 땅의 왕으로 모신다는 뜻이고, 유향은 기도와 흠숭의 상징으로 향기로움을 한 분이신 하느님께 드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몰약은 죽음과 장례를 상징하는 것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땅에 묻히심을 뜻합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동방의 박사들처럼 탄생하신 예수님께 드릴 우리의 가장 귀한 선물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에게는 나이 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소녀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하며 자신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녀는 신부님께 성사를 청하며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습니다. “신부님! 저는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그동안 주일을 지키지 못했고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성사를 집전하던 신부님의 눈길이 문득 소녀의 손에 머물렀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온갖궂은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선 소녀의 두 손을 감싸 쥐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얘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 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그렇습니다. 예화의 소녀는 예수님께 자신만이 드릴 수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자신의 삶의 무게와 고통, 희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된 손을 바쳤습니다. 그 손이 그 소녀에게 있어서 황금이요, 유향이며, 몰약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기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삶의 노력과 정
성일 것입니다. 나에게 삶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물을 기꺼이 나누는 삶, 그리고 비록 삶에 지쳐 힘들더라도 힘든 그 삶의 노력을 바친다면 그것이 우리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도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작은 두 손을 벌리고 계십니다.
우리의 선물을 기다리면서….
고준석 토마스아퀴나스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