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대림절이 시작됩니다.
교회력(敎會曆)으로는 새해의 시작이자 세속력(世俗曆)으로는 묵은 한해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이미’와 ‘아직’의 과도기적인 삶을 사는 우리 삶의 모습을 잘 대변해줍니다. 즉, 이 세상에 예수님께서는 ‘이미’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지만 우리에게 강력한 구원자의 모습으로 ‘아직’ 오셔야 하고,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미’ 구원과 영원한 행복을 약속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이지만 ‘아직’은 온갖 고난과 욕망의 질곡을 살고 있는 세속의 자녀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대림절은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대림절입니다. 우리 시대는 우리가 대림절의 진리를 완전히 새롭게 배울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림절의 진리란 다름이 아니라, 언제나 ‘이미’ 대림절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아직’도 대림절임을 말합니다. 즉, 달리 표현하자면, 인류 전체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하나임을, 인류 전체가 어두움에 놓여 있지만 하느님의 빛을 받고 있다는 것임을 말합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이렇게 ‘이미’와 ‘아직’의 시기인 대림절은 또한 우리가 깨어 있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깨어 있어라 …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2.44).
사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한 것은 결코아닙니다. 직장을 가질 수만 있다면, 안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원하는 학교에 다닐 수만 있다면, 승진할수만 있다면, 월세와 전세를 벗어나 내 집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자녀들이 공부를 잘할 수만 있다면, 안정된 노년을 살 수만 있다면, ….
이렇게 살아가면서 걱정거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주어집니다. 또 새로운 걱정거리는 그동안 이루어놓은 것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 많은 것을 확보하고 싶다는 욕망을 우리 안에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있고 높은 지위에 오르며 드높은 명예를 누리면서도 더 많은 것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라고 해서 우리 지위를 전용하고 뇌물을 주고받으며 세속의 ‘절대 권력’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어두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새롭게 기운을 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두움에 놓여 있지만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비추어 주시는 자비의 빛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부족함에 실망하지 말고 우리안으로 겸손하게 오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묵은 지난해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시기에 한 번쯤 여유를 갖고 우리 안을 들여다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어두움 속에서도 빛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안경 삼아 우리 주변을 둘러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깨어’ 사는 우리에게 아기 예수님께서는 최고의 선물, 곧 당신 자신을 내어주실 것입니다. 아멘.
신희준 루도비코 신부/사제평생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