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바람과 해님이 누가 힘이 더 센가 하고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내가 차가운 바람을 힘껏 불면 모두가 추워서 얼어붙고 말지.”하고 바람이 말하자 해님도 “내가 햇살을 힘껏 내리쬐면 모두들 더워서 타 죽고 말지.” 어느 쪽도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구힘이 더 센지 겨루어 봅시다.” 하고 바람이 말하자, 해님도 찬성하였습니다.
“저기서 걸어오는 나그네의 입은 옷을 벗기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합시다.”
그러자 바람이 뽐내며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어. 저 정도 겉옷쯤이야 단번에 불어서
날려 버릴 거요.” 바람은 힘껏 숨을 들이쉬었다가 푸우하고 내뿜었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쌩쌩 나그
네에게 불어 갔습니다. “아니? 갑자기 추워지는데… 옷을더 껴입어야겠군.” 나그네는 보따리에서 옷을 여러 벌 꺼내어 껴입었습니다. “이런? 다시 한 번 해보자. 푸우!” 바람은 다시 숨을 내뿜었습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옷을 벗기는 커녕 더욱 단단하게 옷깃을 여미고 걸어갔습니다.
“바람님, 안 되겠어요. 이번에는 내 차례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해님은 따뜻한 햇살을 나그네 쪽으로 보냈습니다. “아니, 무슨 날씨가 이래? 갑자기 따뜻해지는군.” 나그네는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해님은 더욱 뜨거운 햇살을 나그네에게 보냈습니다. “아이구, 더워! 옷을 전부 벗어 버려야겠군.” 나그네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고 벌거숭이가 되어, 강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갔습니다.
바람은 해님의 힘에 감탄하여, “나처럼 힘만 가지고는 사람을 움직일 수가 없군요.” 프랑스의 라 퐁테느의 우화에 나오는 ‘바람과 해님’ 이야기입니다.
이 우화를 들려 드리는 까닭은, 자캐오라는 세관장을 사람들이 냉대하고 소외시켰을 때와 반대로 예수님께서 그를 따뜻하게 불러주고 식탁 공동체로 그를 받아들였을 때의 태도 차이가 그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자캐오는 세리라는 직업 때문에 돈은 많이 벌었지만 그 때문에 동족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불행한 사람이었습
니다. 그런데 자기와 같은 세리들을 친구처럼 받아주시는 예수님께 대한 소문을 듣고 그분을 꼭 만나 뵙고 싶어했으며, 역시 그분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음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런 받아들임과 사랑을 체험한 자캐오는 그동안 그토록 모질게 모았던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자캐오라는 세관장이 사람들의 경멸과 비난의 찬 바람을 받아 점점 움츠러들었던 것에 반하여 예수님께서 그를 따뜻하게 맞아들이며 받아주었을 때 모든 것을 나누는 사람으로 변하였음을 바라보면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율법과 단죄가 아니라 믿음과 자비에 있음을 크게 깨닫게 됩니다.
사랑의 힘으로 회개라는 큰 기적을 일으키시는 예수님의 모범을 본받아 우리도 사랑의 힘으로 이 세상을 주님께로 향하게 하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합시다.
안성철 마조리노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준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