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왕국이었던 이스라엘이 솔로몬왕 시대 이후에 북쪽은 이스라엘 왕국, 남쪽은 유다 왕국으로 분열 되었습니다. 그때 사마리아는 북이스라엘의 수도였습니다. 그런데 북이스라엘이 강대국인 아시리아에 점령당합니다. (기원전 722년경) 아시리아 군대는 사마리아 지역을 점령한 뒤 식민지정책으로 잡혼을 실시했습니다. 따라서 사마리아에 이민족을 이주해서 살게 했습니다. 그래서 사마리아 지역은 잡혼으로 종족 간의 피가 섞이게 됩니다. 민족의 혈통을 목숨처럼 지키려는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지역의 사람들을 이방인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순수한 정체성을 보존하지 못한 사마리아인들을 심지어 개라고 부르며 폄하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은 오랫동안 윈수지간처럼 지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 당시의 풍습으로 유다인은 사마리아 사람과 상종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야곱의 우물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건넵니다. 당시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먼저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셨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아주 더운 낮에 물을 길으러 나올 정도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인은 예수님의 접근을 마땅치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계속해서 여인의 마음을 열기 위해 대화를 시도합니다. 대화 끝에 예수님은 여인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목마름을 채워주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해준다니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쿵 뜁니다. 그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실 분이 누구입니까?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손을 잡아주시는 예수님입니다. 주님을 믿고 그분이 가르치시는 대로 진리의 길을 따라 산다면 우리도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마시게 될것입니다. 주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 즉 구원의 복음을 약속하셨던 것처럼말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한순간 주님의 만남이 사마리아 여인의 삶을 구원으로 이끌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우리의 목마름, 그 갈증을 해소해주시는 주님의 은총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우리도 이 거룩한 사순절에 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주님을 만나 영적 갈증을 풀고, 주님의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미 목마른 우리 곁에 와 계십니다. 얼마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