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요셉은 동정 마리아의 배필로서 예수님을 기른 양부이십니다.(마태 1,18-20) 그는 다윗의 가문으로 의인이었으며, 마리아의 법적 남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요셉을 통한 다윗의 후손(마태 21,9)이었습니다. 신심 깊은 요셉이 나자렛에 살고 있는 마리아와 약혼을 한 것은 반년 전이었습니다. 유다인의 관습에 따르면 약혼은 결혼과 동등한 법적인 효력을 갖고 있었으며, 약혼 기간은 대략 일 년이었습니다. 만약 약혼 기간 중에 부정이 드러나면 간음으로 취급하여 처형을 당했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에 따르면 마리아는 죽음을 당해야 했습니다. 혼인날 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요셉에게 약혼자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로운 사람이었던 요셉은 조용히 파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서 마리아의 목숨도 구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요셉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습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요셉은 더욱더 혼란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천사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결국에 그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고 자신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은 실로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요셉의 고뇌, 선택, 결단에 관한 짧은 에피소드는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으로나 신앙의 차원으로나 사려 깊고 신앙에 근거한 그의 삶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요셉의 신심도 모든 신앙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하느님은 보통 사람을 택해서 당신 구원 사업의 협조자로 삼아주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신앙은 매일같이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오늘날에도 부인 마리아의 명성(?)에 가려있지만 요셉은 마리아에 못지않은 신앙적인 인물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신앙의 삶을 걸어가는 많은 요셉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의로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요셉처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협조자로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의로운 신앙인이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요셉을 교회의 주보로 공경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성가정, 동정녀, 환자, 임종하는 이의 주보로 정하여 특별한 은혜를 전구해 주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 서울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