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05 42일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과 2009 216일 김수환 추기경이 하느님께로 돌아가면서 남긴 말씀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전 생애를 마무리하는 유언이었습니다. 삶의 흔적과 지향이 고스란히 담긴 이 말씀들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위령 성월을 지내며 신앙의 길을 걸어 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이 다가옵니다.


휴가나 성지순례로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낍니다. 그 여행 일정이 아주 즐겁고 행복했어도 “역시 내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집이라는 곳은 우리 모두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주는 자리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한평생 살다가 죽어 하늘로 돌아가기까지의 인생 여정이 한 사람의 삶의 여행이라면, 우리에게 참 평안을 주는 집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하늘나라입니다. 우리 삶은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먼 훗날 가장 평안한 집인 하느님 나라에서 “역시 내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일곱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는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는 하늘나라가 ‘최고의 집’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 즉 하느님을 배반하는 행위를 거부합니다. ‘영원한 생명’과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희망과 믿음의 고백 앞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부활과 영원한 삶에 대한 깊은 믿음을 지니고 있는가? 영원한 삶이 없는 듯, 현세의 문제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삶의 여정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한 천상병 시인의 노래가 또한 우리의 노래였으면 합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며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살게 해 주신, 돌아가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 생애가 감사의 연속은 아니더라도, 감사할 순간순간들을 모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은총을 베푸시어 영원한 위로와 희망을 주십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영원한 집’으로 향하고 있는 우리의 인생 여행을 아름답게 가꾸어야겠습니다.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 서울대교구 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