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한 주간도 평안하셨는지요?


제가 신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교수 신부님들과 선배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신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새내기 신학생들에게 해 주시던 조언이자 충고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신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답은 있어야 할 시간에 있어야 할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하던 공부를 하던 밥을 먹던 운동을 하던 제 시간에 그 장소에서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해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그 말이 그렇게 쉬운 말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도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성당이나 강의실에 앉아 있긴 하지만 마음은 딴데로 가서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거기에 맞는 일, 3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지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자캐오는 지나가던 예수님을 뵙고 싶어 돌무화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키도 작았을 뿐더러 세관장으로 살아가며 이민족을 위해 자기 민족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기에 군중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기도 거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자캐오를 보시고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얼른오늘은 시간의 문제입니다. 내려오너라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는 장소의 문제입니다. 그러자 자캐오는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습니다. 해야할 일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캐오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자캐오는 오늘 있어야 할 시간에 있어야 할 장소에서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한 것입니다.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참 바쁜 세상입니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움직이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때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듯 가야할 곳도 해야할 일도 많은 세상입니다.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있어야 할 시간에 있어야 할 장소에서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해내기란 정말이지 너무나도 벅차고 힘든 일입니다. 내가 그렇게 살도록 세상이 호락호락 그냥 놔두지 않을때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뭔가 조금씩 양보되어지고 소외되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정에 소홀해지든지, 신앙에 소홀해지든지, 사회생활에 소홀해든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어떤 시간에, 어떤 곳에서, 어떤 일들을 주로 하시는지요?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라는 예수님의 선언처럼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시던 그 일이 여러분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일이길 바랍니다.

이제 저도 다음 주면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할 일을 할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뵙기를 기도드립니다. 이번 한 주간도 주님 안에서 평안히 잘 보내시길 바라며 하느님의 축복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김종길 제오르지오 신부 | 호주 브리즈번 한인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