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로 상영되어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이나 청각 장애 학생들에게 교장과 교사가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한 끔찍한 이 사건은 성폭행 자체에 대한 충격을 넘어 참된 스승의 부재 때문에 더 실망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초점이 참 스승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사랑과 관심으로 학생들을 진리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스승이 오히려 학생들을 개인의 사욕과 욕망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울분을 터뜨리게 하였던 것입니다. 비단 이 사건뿐 아니라 많은 사건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은 많아도 참 스승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예수님은 스승이라고 불리는 자들을 혹독하게 비판하십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왜 예수님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얻어먹었습니까? 그들은 율법의 가르침을 말로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율법의 무거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든 일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하였고 소경임에도 소경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국 문을 닫고서 남들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였으며 스스로 높이지만 가장 낮은 자들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예수님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을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사제로, 신자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서 있지만, 하느님과 나 자신의 양심 앞에서는 오늘 복음의 율법 학자들처럼 스승으로 서 있을 자격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과연 참된 스승은 누구이시며 어디에 계실까요? 참된 스승은 진리를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서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스승은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이며 그 깨달은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함으로써 자유와 생명을 가져다 주는 존재입니다. 참 스승은 제자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오직 길, 진리, 생명이신 참 스승 예수 그리스도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분만이 참된 진리를 가지고 계시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유일한 길이시고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주시는 참 스승이십니다.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당신의 제자들을 참으로 사랑하시고 제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십니다.
우리는 과연 스승,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참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입니다. 제자들은 열심히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체화하여 스승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자주 천상 스승의 배움터인 성체 앞에 머물러 참 스승께서 우리에게 비추어주시는 진리의 빛을 받아 생명과 자유를 누리는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참 스승이신 주님께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있습니다. “너는 나를 닮은 참 제자로다….”

안성철 마조리노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준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