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우거진 야자수와 맑은 샘물이 있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습니다. 노인은 야자수 그늘에서 목마른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샘물을
떠 주는 것으로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그네들이 물을 마시고 나서 몇 푼의 동전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을 했지만, 동전이 쌓여가면서 욕심이 생겨 나중에는 동전을 안 주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동전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물을 더 많이 나오게 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샘터를 최신시설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샘물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주변의 야자수가 샘물을 빨아들인다고 생각하고 야자수를 모두 베어버렸습니다. 얼마 후에
야자수 그늘도 없어졌고 샘물은 말라 버렸습니다. 노인은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이러한 욕심이 나옵니다. 주인은 포도밭을 일구고,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우는 등 포도 수확을 잘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는 소작인들에게 기꺼이 내주었습니다. 이제 추수
때가 되어 소출을 받아오라고 종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주인이 멀리 있어 못 돌아올 줄 알고 그
밭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주인은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마지막으로 종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외아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소작인들은 그
아들마저 잡아 죽입니다. 주인의 아들을 죽여야 자신들이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소작인들은 자신이 주인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일구는 포도밭마저 빼앗기고 맙니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입니다.
주님의 비유를 묵상하면서 못된 소작인의 모습과 위의 예화인 욕심 많은 노인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준비하셨고, 이를 기꺼이 내어 주셨습니다. 실상 나에게 주어진
것들, 가족, 재산, 친구, 지금의 모습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 없는 것들만 생각하기에 불평과 불만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양
속담에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듯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감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님께서 주신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불평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금 주님께서 내게 베풀어 주신 것을 생각해 보고 감사의 기도를 바쳐야
하겠습니다.
고준석 토마스아퀴나스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