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감옥에 있는 동안 종교로 귀의해 세례를 받고, 회개의 삶을 살다가 죽기 전에는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형집행이 끝난 후 그를 신앙으로 이끌어준 선교사에게 기자들이 질문했습니다. “그토록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회개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선교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지은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신학교에서 강의시간에 교수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갔는데, 천국에서 세 번 놀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와! 내가 드디어 천국에 왔네!” 두 번째, “어떻게 저 사람도 천국에와 있지?” 세 번째, “어? 천국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없네?” 물론 우스갯소리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구원은 인간이 마음대로 판단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의 말씀은 충격적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세리나 창녀들의 죄를 두둔한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인인 척하는 대사제들과 원로들을 염두에 두고하신 말씀입니다. 그 당시의 대사제들과 원로들은 종교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인 지도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에 사람들의 천시와 냉대를 받던 세리나 창녀들은 늘 자신들의 죄를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세관장 자캐오와 세리 마태오, 창녀 마리아 막달레나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세속적으로 가난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사랑을 증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진정한 신앙인은 언제나 하느님 앞에 부족한 죄인임을 인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나는 죄인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입니까? 그래서 우리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다시 예수님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회개는 부단히 자신을 버리고 예수님께로 다가가는 삶입니다. 또한 회개는 평생 끊임없이 계속되어야하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 용기를 냅시다. 우리의 손과 발이 착하고 좋은일을 하는데 더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입이 불만과 불평이 아닌 칭찬과 평화를 노래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회개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하느님 나라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들입니까?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