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평안하셨습니까?

며칠 전에 회장님께서 <봄이 오고 있는 성당 사진>이라시며 파란 하늘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성당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께 그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예쁘다고 탄성을 자아내셨습니다. 계절 바뀌는 시점에 감기 조심하시고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에 낯선 번호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어떤 자매님이셨는데 제가 멀리 간다는 소식을 듣고 물어물어 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그분의 이름과 세례명으로만은 도무지 누구신지 기억이 나지 않아 참 당황스럽고 죄송했습니다. ‘저 누구인데요... 옛날에........’라고 하시며 십 수년 전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해 주시고 난 다음에야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본당에 가서 보좌신부를 할 때였습니다. 매 주일 새벽이 되면 본당에서 4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시골 공소에 미사를 하러 갔었습니다. 한번은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하는데 어떤 자매님이 면담을 신청하셨습니다. 교우들을 모두 보내드리고 나서 그 자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남편 때문에 면담을 신청하신 것이었습니다. 애기들도 모두 성당에 잘 나오는데 남편이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계시던 가방을 여시더니 거기서 양말 한 켤레를 꺼내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남편 양말이에요. 저는 성당에 올 때마다 남편 양말을 한 켤레 가지고 옵니다. 몸은 아직 성당에 안 오지만 양말이라도 먼저 성당에 오다 보면 언젠가는 발도 몸도 마음도 따라 올 것 같아서요. 이러면서 기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당에 나오시겠지요?”...... 바로 그 자매님께서 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양말만 먼저 성당에 다닌 지 거의 20년 만에 드디어 몸도 마음도 모두 성당에 나오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의미로 재판관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달라고 조르는 과부의 비유를 말씀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밤낮으로 당신께 부르짖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니 끝까지 믿고 청하라는 말씀이십니다. 간혹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만 그 기도의 실패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내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신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거나 아니면 더 나은 무엇인가를 주시기 위한 것이지요. 실패가 아니라 최선을 위한 또 다른 기다림일 뿐입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 (마태 7,9-11) 이 말씀이 우리의 기도와 희망의 근거입니다.
언젠가는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20년 동안 남편의 양말을 들고 성당에 나가셨던 그 시골 새댁이의 믿음이야말로 겨울을 이겨낸 봄 꽃들만큼이나 귀엽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도 두 달 전에 제 양말을 먼저 브리즈번으로 보냈습니다.^^ 조만간 직접 뵙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도 하느님 안에서 좋은 한 주 만드시길 바라며 멀리서나마 모든 우리 교우들께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드립니다.
김종길 제오르지오 신부 / 호주 브리즈번 한인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