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나오는 것은 긴 한숨과 탄식이요. 밀려오는 것은 오직 고통과 절망인 때가 있습니다. 하바쿡 예언자처럼 “주님, 당신께서 듣지 않으시는데, 제가 언제까지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야 합니까?(하바 1,2)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캄캄한 어둠 한가운데에 놓이면 하느님께 볼멘소리나 원망의 속내를 드러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내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 어둠이 빛으로 바뀔 것이라는, 흐릿한 안개가 맑고 뚜렷해질 것이라는, 그러한 희망을 간직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고 희망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인내로 기다릴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성숙한 신앙인이요. 성실한 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숙하고 성실한 주님의 종을 묵주 기도 성월에 더욱 기억할 것입니다. “한 생을 주님 위해 바치신 어머니 아드님이 가신 길 함께 걸으셨네.

 

성모님의 삶은 신앙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일깨워 줍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인 분이십니다. 나자렛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예수님을 기르시고, 때가 차자 시작된 아드님의 복음 선포 여정에 함께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는 사도들과 함께 부활을 증언하셨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전구자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일생을 주님 안에서 주님을 위해 사셨고, 지금은 우리를 위해 살고 계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모님께서 당신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신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녀로서, 직장인으로서, 학생으로서,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성실하게 임해야겠습니다. 각자의 사명과 역할에 맞게 ‘답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2티모 1,8)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께서 우리의 도움이 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모님께 우리가 성숙하고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구도 청해야겠습니다.

한 주간 동안 우리의 사명과 역할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러고 나서 “저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겸손히 말씀 드리도록 합시다!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 서울대교구 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