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9) 고해 때 솔직하지 못한 나, 신앙적으로 문제 있는 것 같아

가톨릭 신문 발행일2016-05-15 [제2994호, 17면]

【질문】고해 때 솔직하지 못한 나, 신앙적으로 문제 있는 것 같아
고등학교 이후 고해성사는 제겐 큰 숙제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고해소 건너편에 앉아계신 신부님께서 제 목소리를 알아들으실까봐 걱정이 되어 자꾸 움츠러들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더욱 심각해진 부분이, 성당을 열심히 나가고 성사도 보지만 제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죄만 고해를 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대죄인가? 십계명에 해당하지 않는 건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는가? 온갖 생각을 하다 결국에는 제 행동에 대해 제 스스로가 ‘그 정도가 무슨 죄겠어, 그 정도는 다 하는 거라 괜찮아’ 등의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틈엔가 보니, 그 죄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반복되고, 정말 그런 죄를 지은 적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에 빠졌습니다. 이젠 고해소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해도 죄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제가 혹시 신앙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걸까요?


【답변】 ‘모고해’는 대죄…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 맺도록 노력을
가톨릭 신자로서 고해성사에 대해 느끼는 일반적인 부담 때문에, 나중에는 부끄러운 죄는 빼고 편하게 고백할 수 있는 죄만 습관적으로 고백하게 되는 상태에 대한 회의로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알기로는 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인 것 같기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되니 우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가운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복음의기쁨」 3항)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은 우리가 지은 모든 죄, 소죄이든 대죄이든 모두를 아무 조건 없이 끝없이 용서해 주신다는 위로의 말씀이라 여겨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죄를 지었던 간에 매번 우리를 당신 어깨에 짊어지시며, 우리를 되찾아 주시는 온유함으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도록 이끄시는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기쁨」에서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3항) 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예수님과 맺는 인격적 관계(personal relationship)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지닌 큰 보화 중에는 ‘7성사’가 있으며, ‘고해성사’는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죄를 고백할 때마다 하느님의 큰 은총과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성사입니다. 또한 이러한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격적 관계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선은 고해성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고해성사를 하면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봐야 하겠지요. 

만일에 질문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본당 신부님이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봐 두려워한다면, 신자들의 고백을 듣고 죄를 사해주는 권한을 본당 신부님이 위임받은 것이지 정말로 죄를 사해주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권한을 위임받은 하느님의 대리인이신 사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지요. 

고해성사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제일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솔직해야하며, 하느님께도 솔직해져야만 합니다. 그러한 믿음이 없이 편리한 대로만 죄를 골라서 고백하는 것을 바로, ‘모고해’(冒告解)라고 하지요. 그리고 ‘모고해’는 대죄 중의 하나라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조용한 시간, 성체 앞을 찾아서 하느님과 나는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먼저 질문해 보십시오. 고해성사가 두려워 자신을 속이는 일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내가 아직도 믿고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더 깊이 알고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성경공부를 시작하십시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끊임없이 기도하시기를, 교황님은 권고 하십니다. 


“주님, 제가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수없이 주님의 사랑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기에서 주님과 계약을 새롭게 맺고자 합니다. 저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주님 저를 다시 구원하여 주소서. 구원하시는 주님의 품 안에 다시 한 번 저를 받아 주소서.”(3항)

* 글: 김정택 신부( 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