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65일 행복을 드립니다.(295호)    
보낸날짜  |  2007년 12월 08일 토요일, 오전 11시 29분 02초 +0900  
보낸이 |  생활성서사  

받는이  |      



  



“내 안의 길"

어떤 사람에게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힘도 좋고 튼튼해서, 무거운 짐도 거뜬히 지고 일도 잘했기 때문에
주인은 이 당나귀를 참으로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당나귀는 점점 노쇠하여
일은커녕, 그저 먹이만 축낼 뿐이었습니다.
주인은 이제 쓸모없어진 늙은 당나귀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젊었을 때 열심히 일했던 터라,
그냥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나귀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물이 말라버린 우물에 이 당나귀가 빠져버린 것입니다.
올라오려고 해도 올라올 수 없었기에
살려달라는, 꺼내달라는 울음이었습니다.
주인이 가만히 들여다보며,
‘옳거니, 어차피 우물이 말라버린 지 오래되었고
저 당나귀가 애물단지였으니, 그냥 흙으로 메워야겠다.’ 하며 우물을 향해
흙을 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꺼내줄 줄 알았던 주인이 난데없이 우물을 향해 흙을 던지니
우물 안에서 흙을 맞고 있던 당나귀는 소리 소리를 질렀겠지요.

그렇게 한참 동안 흙을 넣고 있었는데, 어느 사인가 조용해지더랍니다.
들여다보니, 당나귀는 그 흙을 발로 다지며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당나귀는 자신을 죽일 수도 있었던 그 걸림돌이었던 흙을
디딤돌 삼아 우물 안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삶의 여정에 두 가지 돌이 있다고 하는데, 앞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하나는 걸림돌이요, 또 하나는 디딤돌입니다.

내 눈이 가는 길,
내 말이 가는 길,
내 행동이 가는 길,
내 마음이 가는 길에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내가 주님께 나아가는데 자유롭지 못했던 굴레는 무엇일까요.
세례자 요한은 골짜기는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피해서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메우라고 합니다.
어차피 굽은 길도 길이니, 굽이굽이 타협하며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곧게 내라고 합니다.

내 안에서 비롯되는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가는 그 길,
메워져 평평해진 골짜기, 곧게 잘 다져진 그 굽은 길이,
내가 가는 길이고, 주님이 오시는 길입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