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문 발행일 : 2015-08-30 [제2959호, 18면]   연중 제22주일(마르코 7,1-8.14-15.21-23)


[복음생각]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 / 허규 신부


유다인들에게 계명과 규정은 단순히 지켜야 할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규정과 법규들은 하느님 뜻을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들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은 곧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무엇을 보태서도 안 되고, 빼서도 안 된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내리는 주 너희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야 한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는 하느님 말씀은 이러한 유다인들의 생각에 잘 어울립니다.

단지 지키고 실천해야 하는 부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하느님 뜻을 따르고자 하는 긍정적인 측면 역시 법규와 규정들 안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다인들은 규정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 뜻을 생각하기 보다 그 규정을 지키는 것에만 더 마음을 썼던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자주 복음서에서 예수님으로부터 그런 모습을 질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그렇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정결례’에 대해 언급합니다. 유다인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거나, 그릇들을 정결하게 보존하는 것을 통해 부정한 것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으로부터 이 중요한 전통은 비판받습니다. 왜냐하면 규정 자체는 잘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그 안에 담긴 하느님 뜻을 이해하는 것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는 예언서 인용은 이것을 잘 나타냅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가끔 사람들은 세상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세상이 무섭게 변해간다고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심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는 ‘인간’이라는 가치보다 ‘물질’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보존하는 것에는 덜 열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은 ‘우리’이고 ‘나’입니다. 나는 아닌데, 우리는 아닌데 그 외의 다른 이들만 탓하는 것은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바뀌고,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바뀔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야고보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오늘의 말씀은 이것을 통해 요약됩니다. 규정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보다 먼저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핵심입니다.

좋은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나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듣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역시 그렇습니다. 귀로 듣고 마음에 새기고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그저 좋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는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는 야고보서 말씀처럼 그 힘이 우리를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입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작은 것부터, 조금씩, 함께, 실천해 간다면 분명 그 말씀의 힘이 우리 안에서 살아있을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 허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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