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에서의 날 들이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순례의 길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벗에게서 온 편지를 전합니다 -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 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빚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서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