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눈물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우리 가족은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나는 두 개의 보조다리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나보다는 덜했지만 아빠도 보조다리 없이는 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 싶을 정도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위안이 되어준 사람은 아빠였다.


아빠는 나와 꼭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아빠의 사랑으로 나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식 날, 아빠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입학식을 끝내고 나올 때였다.

눈 앞에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차도로 한 어린 꼬마가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눈 앞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빠가 보조다리도 없이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나는 너무 놀라 소리쳤지만 아빠는 못 들은 척 보조다리를 양 팔에

끼고는 서둘러 가버렸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다.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인이야. 그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사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같은

아픔을 가져야만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야."

"왜 그랬어? 왜 아빠까지....."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울지 마. 아빠는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 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봐."

앞서 걸어가는 아빠를 보고 있는 나의 분홍색 파카 위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마음이 아픈 날이면 나는 늘 아빠 품에 안겨서 울었다. 그때 마다

소리내어 운 것은 나였지만 눈물은 아빠 가슴 속으로 더 많이

흘러내렸다.

(이철환의 "연탄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