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중학교 3학년 국사 시간이었습니다. 시험 성적을 발표하는 날이었는데,
선생님이 교단에서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계시는 거예요.
반 아이들 모두 긴강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겁니다.

"이번 시험때문에 교무회의까지 소집했다.
21번 문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누구냐는 문제였지?
여러분이 알고 있는 답은 김대건 신부님이지. 그렇지? "
"예!"우리는 입을 모아 대답하면서도 영문을 몰라 웅성거렸습니다.

"조용, 조용! 그런데 문제가 된 답안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를 웅녀라고 쓴 녀석!"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여자가 되어 우리나라의 시조 단군을 낳았다는 설화 다 아시죠?
교실은 그만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답도 일리가 있더구나. 선생님들하고 회의를 거듭한 결과 문제가
애매하게 출제된 것을 인정하고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우리반 왈가닥 기숙이가 "와, 맞았다!"하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게 아니겠어요? "양기숙!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네 주변 몇몇 녁석들도 웅녀라고 썼기 때문에, 이는 곧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이므로
다 빵점 처리하기로 했다." 선생님 말씀에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배꼽잡고 웃을 수밖에요.
순진했던 그 시절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답니다.


......'좋은 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