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65일 행복을 드립니다.(261호)  
보낸날짜  |  2007년 3월 23일 금요일, 오전 11시 34분 16초 +0900  
보낸이  |  생활성서사
받는이  |  


  



길에서 만난 하느님



‘어디라고 했더라….’



신난다 첫영성체 이벤트 때문에 광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이쪽저쪽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도시고속도로에 진입은 했지만,
나가고자 했던 출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 결국 많은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가지 않아도 될 길 위를 계속 달리게 된 셈이지요.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 와중에 차를 돌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다리 하나 건너기가 어찌 그리 어려웠던지….



때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고, 잘 모르면서도 가야만 하고,
길이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오히려 그곳이 지름길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몇 번이고 헤매면서 길을 찾는 동안,
우리의 삶도 이런 것이다 싶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을 생각했습니다.
더디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이벤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어디로 가야만 방향이 맞았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덤으로 받은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이렇듯 내 삶에 있어서도 앞으로의 길 뿐만 아니라,
지나온 많은 길들도 주님께서 마련하신 길이었구나 싶었지요.



벌써 사순 제5주일을 맞게 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께서 걸으신 길,
그분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나선다는 것은,
되도록 최단거리로 빨리만 가는 것이 최고는 아닌 가 봅니다.

주님께서 저와 늘 함께 하심을 알려 주시려고
저의 마지막 목적지는 바로 당신이심을 잊지 않게 하시려고
내 인생길 한 가운데에 그렇게 서 계신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갑니다.



나는 지금 길 위를 달리고 있고,
내가 길 위에 있는 한,
늘 그분 품 안에 있음을….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