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77호), 2018년 6월 3일(나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생명의 말씀)   사랑의 표징


*글: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 | 서울대교구 총대리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꽃다발, 선물, 식사 초대를 통해 상대방에게 

사랑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셨고, 그 사랑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제자들과의 이별을 앞두고는 특별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 하시는데, 그것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에 당신 사랑, 곧 당신 자신을 담아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최후 만찬 중에 빵을 떼어주시면서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포도주잔을 건네시면서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당신 몸이 못 박혀서 빵처럼 찢겨지고, 붉은 포도주 같은 피를 흘릴 것임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듯이 예수님도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과 피, 곧 당신 자신을 몽땅 내어놓으신 것입니다. 


인간의 사랑은 자신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기 쉽지만, 예수님의 사랑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선 사랑, 자신을 내어 놓는 희생과 헌신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만이 사람을 키우고 치유하며 구원할 수 있습니다. 이 소중한 사랑이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예수님은 성체 안에 계시면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희생과 헌신의 열매를 선사해주십니다. 즉 죄인들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예수님 덕분에 우리에게도 용서와 자비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심으로써 죄와 죽음의 세력을 쳐 이기셨고, 

그 덕분에 우리는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제2독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다른 한편,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은 우리도 당신처럼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되라고 부르십니다.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 말씀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듯이(제1독서), 우리도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어야 합니다. 


비폭력적 저항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룩한 마하트마 간디는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죄악 중의 하나로 ‘희생 없는 신앙’을 꼽았습니다. 

겉으로만 희생의 미덕을 찬양할 뿐 희생을 실천하지 않는 위선을 꾸짖은 것입니다. 미사 때마다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신 예수님을 

모시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작은 희생조차 꺼려한다면, 위선적인 신앙생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참되게 공경하는 길은 그분을 닮는 것입니다. 예수님 사랑의 표징인 성체를 영하면서 그 분의 자기 봉헌과 

희생에 깊이 감사드리고, 우리 자신도 일상의 삶에서 희생과 헌신을 실천하면서 사랑의 표징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