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며 다시 태어난 남자


*글: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동아닷컴 기사입력 2018-04-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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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코엘류의 영혼을 뒤흔들어 작가로 변모시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동아일보DB

마흔을 앞둔 한 남자가 있었다. “당신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크리스마스 날 선물처럼 다가온 여자, 크리스티나는 

머뭇거리는 사내의 등을 떠민다. 음반회사 중역으로 잘나가던 파울루 코엘류(사진)는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였음을 고백한다.

브라질의 작은 출판사에서 낸 ‘순례자’(1987년)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속적 성공을 

좇던 남자는 1986년 프랑스부터 스페인까지 700여 km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영혼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행운의 나비가 이끄는 순례자의 여정으로 시작하는 ‘연금술사’(1988년)에는 삶의 비밀이 담겼다. 170개국에서 

2억1000만 권 이상 팔린 이 소설로 인해 한적한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적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코엘류는 천식을 앓던 예민한 아이였다. 아버지는 작가를 꿈꾸는 

큰아들에게 법학 공부를 강요했다. 부모에게 반항하며 17세부터 정신병원을 3번이나 드나든 그는 마약과 히피문화에 빠졌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년)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정신병원 장면은 고통스러웠던 청년기가 투영돼 있다. 

여성 편력도 상당해 공식 결혼은 3번이지만, 20대부터 수많은 여성과 동거했다. 성행위 시간을 상징하는 ‘11분’(2003년), 

‘불륜’(2014년)은 생생한 체험에서 비롯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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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브라질 빈민가에서 봉사하는 여성 수도자를 만난 직후 수십 명이 한꺼번에 죽는 참사를 목격한 그는 충격에 빠진다. 

독일 유대인 수용소에서 본 환영과 영적 스승과의 만남도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를 

떠돌았던 그는 말한다. ‘흉터는 일종의 축복이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니까.’

그의 상상력이 펼쳐지는 공간은 주로 외국이다. ‘연금술사’를 비롯해 ‘브리다’(1990년), ‘포르토벨로의 마녀’(2006년), 

‘흐르는 강물처럼’(2006년), ‘아크라 문서’(2012년), ‘스파이’(2016년) 등의 무대는 스페인,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를 거쳐 

동유럽, 중동, 시베리아, 인도네시아까지 확장돼 왔다. 세계 문학의 변방인 브라질에서 출간된 소설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배경에는 

뉴욕, 런던, 파리, 더블린, 카이로, 모스크바 등을 넘나든 경험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와 30년 넘게 해로한 영혼의 동반자, 크리스티나는 아마존 열대 우림과 피레네 산맥에서 나비와 자연을 오브제로 작업하는 

대지미술가다. 길 위의 소설가는 그녀와 함께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 안착했다.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그는 오늘도 우리 안에 잠자는 열정을 조용히 깨운다. “비판받지 않으려고, 타인을 기쁘게 하려고, 당신의 친절을 

보여주려고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세상은 평범함이 아닌 빛을 필요로 합니다.”
  
(*글: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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