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주제넘게” / 장재봉 신부

연중 제4주일(신명 18,15-20 1코린 7,32-35 마르 1,21ㄴ-28)
주님 넘보던 천사장은 사탄으로 전락
사탄 유혹 이기려면 주님께 의지해야

가톨릭신문 발행일2018-01-28 [제3080호, 18면]

모세를 통해 전해지는 주님의 말씀이 날카롭습니다. “내 이름으로 이르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직접 추궁할 것이라는 구절을 곱씹으며 참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분별하지 못하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심정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주제넘게”라는 단어가 자꾸만 마음에 달라붙더군요. 주님을 믿고 주님의 뜻을 행한다 하면서도 결국 주님께 “주제넘게”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니까요. 믿는 이들의 주제넘은 모습이 곧 “내가 말하라고 명령하지도 않은 것”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라는 모세의 해석을 들으니, 진심으로 두려웠습니다. 매일매일 주님의 명령을 전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책무가 얼마나 엄중한지, 다시 새겼습니다.

성경은 진리입니다. 성경말씀이 결코 속임수를 쓰거나 그럴듯하게 포장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성경은 오늘도 으드드한 사탄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분명 사탄의 어둠이 존재하며 더러운 영이 존재하니까요.

그런데 이 더러운 영, 사탄이 원래는 천사장이었다는 걸 아시지요? 천사 중에 으뜸이던 그가 “주제넘게” 딴마음을 품었을 때, 곧장 사탄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성경은 “너는 네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지.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하느님의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녘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이사 14,13-14)라는 못된 생각이 천사를 사탄으로 돌변하게 되는 계기였음을 알려주는데요. 천사장이 사탄으로 추락한 것이 바로 ‘생각’ 때문이었다는 점은 흔히 “주제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잘못된 모습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를 느끼게 합니다. 주님께서 “더러운 영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루카 11,24-26)라고 우리의 영혼 상태를 잘 단속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족집게같이 집어주신 이유일 테지요.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에 하느님의 영이 떠나 빈자리가 생기면 꼭 다른 영이 차지한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럼에도 결코 우리는 하루 종일 주님의 뜻을 기억하며 지내지 않습니다. 수도 없는 근심과 걱정에 쌓여 시간을 보내고, 억울하고 속상한 일에 마음을 뺏기기 일쑤입니다.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주제를 잊은 행동거지입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가 우리 모두 “걱정 없이 살기”를 바라는 심정이 이해됩니다. 걱정 근심이 꽉 들어찬 마음에는 주님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걸 명심하라는 당부일 테니까요.

더러 “왜, 하느님께서 사탄을 없애지 않는지?”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사탄의 유혹에 시달리며 살아가도록 방치하는지?” 묻는 분을 봅니다…… 사제로서 어이없고 답답한 일입니다. 진정 그 이유를 모르시는지, 딱합니다. 물론 다시, 거듭, 언제나 하느님께서 사탄을 오늘 당장, 불지옥으로 보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곤 합니다. 세상에서 완전한 성령의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오직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만약에 하느님께서 일시에 사탄을 없애버린다면, 그 순간 사탄을 추종하는 모두, 오늘도 이랬다저랬다 사탄의 농락에 말려들어 살아가는 당신의 자녀들까지 모두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제임스 티소트 작품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예수님’.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사탄에게 한 발이 묶인 채 살아가는 죄인들입니다. 한마디로 사탄의 인질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탄에게 붙잡혀 사탄을 추종하기 일쑤인 탓에 하느님께서는 함부로 사탄을 다루지 못하십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모두 사탄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사랑하는 당신 자녀들을 구원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이 지독한 사탄이 마지막 심판 때에 “속이던 악마는 불과 유황 못에”(묵시 20,10) 던져질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주님의 구원에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 당신의 빛을 선물하셨습니다. “몸으로나 영으로나 거룩해지려고 주님의 일을 걱정” 하며 그분의 눈에 “품위 있고 충실하게” 비쳐질 삶을 위해서 매진하는 하늘시민으로 살아갈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당당하게 그분의 이름을 통하여 기도하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무엇이기에 그분을 위해서 기도하며 그분의 협력자로 살아가는 은혜를 주셨는지…… 감격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사탄이 존재합니다. 틈만 보이면 공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탄은 이미 우리의 허한 부분을 꿰뚫고 어디가 약한지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치밀하고 악랄한 사탄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단 두 가지뿐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방패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영원한 진리이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외에는 사탄의 공격을 물리쳐 이길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여 주님께서는 세상을 살릴 수 있는 묘약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선포하셨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지닌 권위와 당신의 말씀이 가진 능력을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부어주셨습니다. 사탄의 올무에 걸려 울부짖느라 골병이 난 세상을 향하여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말씀으로 치유할 힘을 주셨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세상 무엇도 겁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사랑만 한다면’ 모두 책임지시겠다는 약속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러운 영”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주님의 심정을 생각해 봅니다. 모자란 우리 때문에 세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알면서도 말씀대로 살지 않는 우리들 탓에 그분의 이름이 경멸당하고 묵살 당하는 현실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 당신을 주님을 믿고 주님의 나라를 희망하며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에서 돌아서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요?

우리는 세상에게 멸시당하시는 그분의 자존심을 되살려 드려야 하는 하늘 용사입니다.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 그분의 명예를 되찾아 드릴 수 있는 하늘 군대의 일원입니다. 세상에서 수모당하시는 그분의 얼굴을 말끔히 닦아 드릴 사람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입니다.

부디 우리 때문에 망가지고 구겨진 그분의 체면을 살려 드리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많이도 그분의 뜻을 외면하며 “주제넘게” 그분을 외롭게 했던 일을 참회하기 바랍니다. 이 사제도 가슴을 탕! 탕! 탕! 치며 교우님들의 참회를 돕겠습니다.

장재봉 신부(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윤리신학 박사를 취득하고 부산 가톨릭 대학교수로 재임하면서 교무처장 및 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