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제1445호), 2017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생활속의 복음)  주님 성탄 대축일 (밤 : 루카 2,1-14 낮 : 요한 1,1-18),  나의 유통기한


*글:   조명연 신부,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사람들이 종종 제게 영양제를 선물로 주십니다. 건강하게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잘 전달하라는 이유겠지요. 

그런데 워낙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리고 여기에 저의 게으름이 더해지면서 주신 영양제를 좀처럼 먹지 않게 됩니다. 

옆에서 일일이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영양제의 숫자만 늘어납니다. 

며칠 전, 우연히 영양제 병 겉면에 붙어 있는 유통기한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 기간까지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깝기도 하고 또 이를 주신 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라고 하는 이 영양제를 하루에 한 움큼씩 먹었을까요? 

아니면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양제를 복용했을까요? 그러고도 싶었지만 이렇게 했다가는 영양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우선 열심히 빠짐없이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찾아오시는 신부님들에게 이 영양제가 너무나 좋다면서 억지로 

먹이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이 유통기한을 보면서 우리 역시 유통기한이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한대의 유통기한이 아닌 언젠가는 이 세상을 마치고 

주님 앞에 서게 되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날과 그때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통기한에 맞춰서 약을 먹는 것처럼, 나의 유통기한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통기한에 다다르게 되면, 나 자신을 만들고 이 땅에 보내신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는 주님의 성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되었습니다.(요한 1,14 참조) 

그런데 주님의 성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혹시 단순히 매년 맞이하는 하나의 커다란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성탄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커다란 사랑의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땅에 완전한 인간의 육체를 취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모든 민족이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사 52,10 참조) 그런데 전지전능한 모습으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시자마자 근엄하게 말씀을 하셨을까요? 아니면 놀라운 기적을 베풀면서 하느님의 힘을 세상에 보였습니까? 아닙니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심으로 인간과 완전하게 함께하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가 없지요. 

사랑하기 때문에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아주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와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른들이 노는 방식으로 놀면 아이가 

즐거워할까요? 아닙니다. 어린아이가 쓰는 언어와 행동을 해야지만 아이와 즐겁게 놀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점잖으신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어린아이의 수준으로 내려가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우스꽝스러운 행동도 하십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를 낮춰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언제고 주님의 사랑만을 

받으면서 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삶의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즉 마지막 심판 때를 떠올리면서 

주님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한꺼번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이렇게 보여 주신 주님께서는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사랑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삶을 통해서 유통기한이 다해 주님 앞에 가게 될 때, 분명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