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서로 공경하며 주님께 의탁하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루카 2,22-40)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12-25 [제3075호, 22면]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순명과 서로 간의 사랑으로 하나를 이룬 성가정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가정의 모범입니다. 이러한 성가정을 기념하는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성가정이 되기 위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해 잘 알려줍니다. 이 점들에 관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집회서에 따르면 성가정은 부모에 대한 공경이 넘치는 가정입니다. 사실, 주님을 믿고 따르며 성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은 당연히 아버지를 공경하고,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할 것입니다. 그런 이들은 죄를 용서받고, 자기 자녀들에게서 기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장수할 것이고 그의 기도는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행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니,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콜로새서도 부모에게 순종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임을 밝힙니다. 하지만 콜로새서는 부모도 자신에게 지켜야 할 도리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바로 자녀들을 들볶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모들이 자녀들을 들볶는다면 그들의 기가 꺾이게 되어 하느님께서 그들을 위해 마련하신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가정에서는 예수님 같은 분이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콜로새서는 이와 함께 부부간에 지켜야 할 도리도 설명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며 모질게 대해서는 안 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다소 남녀 차별적 권고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르침이 2000년 전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말씀은 남녀 차별을 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라는 가르침임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콜로새서는 성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성가정은 한쪽 편의 희생만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한쪽 편의 의무만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자녀, 부부, 형제간에 서로 지켜야 할 선을 잘 지키며 모든 구성원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갈 때 올바른 성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후안 시몬 구티에레즈 작품 ‘성가정’.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성가정의 모범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항상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계명 하나까지도 지키고자 했던 이들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예언자 시메온은 그들 가운데 태어난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 뜻에 따라 탄생하신 이스라엘의 참된 구원자이심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가장 철저히 순명한 우리 모두의 구원자이십니다.

그런데 시메온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실, 성가정이라고 해서 세상의 고통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고통이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속량을 위해 아이의 목숨마저 내어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성가정이 된다고 해서 세상의 행복을 누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가정은 하느님께 철저히 순종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신들에게 닥친 고통마저도 하느님 뜻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성가정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 구성원이 하느님의 계획과 뜻에 의탁하는 삶을 사는 것 말입니다.

성가정 축일을 끝으로 2년여에 걸친 복음생각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염철호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 성탄·송년 특집호 발행으로 이번 호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은 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12월 31일) 복음 내용을 함께 싣습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