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52호), 2017년 12월 24일(나해) 대림 제4주일


(생명의 말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글: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얼마 전, 잘 알고 있는 한 형제가 저에게 병자성사를 받 고 나더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평생 부끄럽지 않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잘 돌보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큰 죄도 짓지 않았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봉사도 하며 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암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으니 하느님께도 섭섭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하필 제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슬픕니다.”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할 말을 잊고 그저 그의 손을 잡고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한참을 울던 그 형제가 작은 목소리로 “신부님! 그래도 지난 세월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 더 많은 거 같아요. 

내가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감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애써 웃으 며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릅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희망을 걸고 붙잡을 수 있다는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마지막으로 돌아갈 영혼의 고향이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처음에 마리아는 절대 믿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자칫 정숙하지 못한 여자로 몰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리아는 그런 상황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을 것입니다. 


“아니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그녀는 상황을 백번 천 번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보통 그렇습니다. 도망칠 수만 있으면 도망을 칠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벼랑에 내몰립니다. 


그럴 때 우리 신앙인의 선택은 하나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세요. 모두 당신께 맡깁니다.” 

보통 그때부터 하느님께서 움직이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겸손한 처녀 마리아도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하느님께 의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과 권능에 의지했습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천사의 말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 카 1,38)라고 신앙의 응답을 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교회의 으뜸 성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겸손한 믿음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신심은 모든 신앙인들이 본 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성모님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