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48호),  2017년 11월 26일(가해)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생명의 말씀)    가장 작은 이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글: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어느 동네를 가도 폐지를 모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몇 분씩 볼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마땅한 일거리가 없다 보니 

버려진 폐지나 고철 따위를 주워 조금이라도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고생을 하십니다. 고령화 시대로 들어선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 전 아주 감동적인 기사를 읽었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자신이 종종 이용하는 무료급식소에 1년간 폐지를 주워 모은 100만 원을 

기부한 사연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그 할머니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주 점심을 해결해왔는데 봉사자 들의 헌신적 사랑에 뭔가 도움을 

줄 수 없을까 하여 폐지를 줍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새벽 1시에 일어나 주택가를 돌며 폐지나 고물을 모아 팔았습니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하루 3천 원 정도였습니다. 

할머니는 목표로 했던 100만원이 모이자 무료급식소에 기부를 했습니다. 주변에서 할머니에게 찬사를 보내자 부끄러워하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폐지를 주워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돈 때문에 부모를 버리고 형제와 의절하기도 하는 황금만능주의 세상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교회력에 따르면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며 올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지난 한 해를 생각하며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해 봅니다. 


솔직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늘 그렇듯이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많습니다. 정말 나의 삶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늘 함께했는가? 

특히 얼마나 이웃 사랑을 실천했나를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오실 때부터 권력으로 국민들을 

통치하는 다른 왕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그 분은 가장 비천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 다. 그분께서 가르치시는 모든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용서와 평화 

그리고 겸손이었습니다. 왕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최후의 날에 모든 이들을 심판하십니다. 그 기준은 분명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이웃 사랑의 실천 여부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를 받을 때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그분의 모범을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하신 진정한 왕직은 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사랑으로 백성을 섬기는 봉사직입니다. 진정한 봉사직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보상 없는 나눔과 

순수한 사랑의 실천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잘 새겨야 하겠습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