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이웃 사랑이 곧 하느님 사랑 / 연중 제30주일

연중 제30주일(마태 22,34-40)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10-29 [제3067호, 18면]

사도 바오로는 두 번째 전도여행 중 테살로니카를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유다인 회당이 있었는데 바오로는 늘 하던 대로 유다인들을 찾아가 세 안식일에 걸쳐 성경, 곧 율법과 예언서의 말씀들로 그들과 토론합니다. 그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 설명하고 증명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감복시킵니다. 특히, 하느님을 섬기던 그리스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과 적지 않은 귀부인들이 바오로를 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이 시기하여 군중을 선동하자 결국 바오로는 테살로니카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사도 17,1-9 참조)

3주간의 짧은 가르침만을 남겨두고 바오로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강한 믿음을 드러냅니다. 오늘 제2독서가 이야기하듯이 환난이 닥쳤을 때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 바오로 일행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들의 믿음이 그리스 온 지방의 신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바오로는 편지를 써서 테살로니카 신자들이 참으로 살아 계신 참 하느님을 섬기고 있음을 칭찬하는데 그 편지가 바로 테살로니카 1서입니다.

테살로니카 1서를 읽다 보면 믿음이란 하늘로부터 다시 오실 예수님의 재림을 희망하며 참된 하느님을 섬기는 것, 곧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하느님을 철저히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1테살 1,10) 믿음이란 단순히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희망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곧 하느님을 섬기고 증언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바오로도 유다인이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란 자신을 버리고 오직 하느님만을 사랑하는 것,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충실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에 충실하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는 이 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계명을 지키는 이, 곧 하느님께 충실한 이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하지 않고, 과부나 고아를 억누르지 않으며,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더라도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는 안 되고 그에게 이자를 물려서도 안 됩니다. 이웃의 겉옷을 담보로 잡았다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항상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 충실한 이들이 행해야 할 바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니 하느님 사랑이 곧 이웃 사랑이며, 이웃 사랑이 곧 하느님 사랑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이웃을 사랑하고, 항상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줄 아는 이들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희망 안에서 이웃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이웃을 사랑하는 이들만이 진정 하느님을 희망하는 이고, 하느님을 믿는 이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믿는 이들이 지켜야 할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요약하시면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함께 언급하신 것입니다.

오늘 독서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는 이로서 다시 한 번 오늘 제1독서가 알려주는 구체적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곧, 아버지에게서 배워 이웃을 자비로이 대하도록 합시다.(마태 18,33) 그렇게 우리가 이웃을 자비로이 대하며 사랑할 때 하느님에 대한 우리 사랑, 우리의 믿음, 우리의 희망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이 드러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찬양할 것입니다.(마태 5,16) 왜냐하면 오늘 복음 환호송이 노래하듯이 우리가 믿음, 희망, 사랑 안에서 살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만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한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요한 14,23)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