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209호), 2018년 12월 30일(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생명의 말씀)  기도하는 가정


*글: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해외선교(과테말라)


본당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가 거의 매일 평일 미사를 함께 드릴 정도로 신심이 깊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일 저녁 미사 후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그 부부가 다가오더니 기도를 청하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용히 성당 한편에서 이유를 물어보니, 얼마 전 병원 검사에서 아내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부부, 가난한 부부에게 

암이라는 질병은 분명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날 함께 계속해서 기도하자는 말과 안수 기도를 

드린 후 그 부부를 집으로 돌려 보냈고, 며칠 후에 아내는 화학치료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남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아내를 위해 매일 미사를 드렸고, 미사 후에는 늘 마지막까지 성당에 머물며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결코 그 시간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젊고 가난한 부부가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저에게까지도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미사 후 인사를 나눌 때 눈에 고인 눈물에서 남편의 아픔이 정말 절실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미사를 드리는 남편의 모습, 미사 후 침묵 속에 홀로 기도하는 그 뒷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신의와 사랑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러한 간절한 기도 안에서 충분히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환한 미소로 다가와 아내가 놀랍게도 치료를 잘 받고 회복하였으며 이제 곧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후 넉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이 부부는 건강한 모습으로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부부의 모습을 보며, 저는 성가정의 모습을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성가정은 결코 완벽한 가정을 성가정이라 하지 않습니다. 

마치 요셉 성인과 성모님 그리고 예수님께서 믿음 안에서 수많은 역경을 견디고 이겨내셨듯이,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슬픔이 

있더라도 오로지 하느님께 의탁하며 믿음 안에서 인내로이 기도하며 살아갈 때, 그 가정을 성가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비록 세상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굳건한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성가정으로서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성가정은 기도하는 가정입니다. 특별히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의 가정이 하느님 앞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성가정’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우리 앞에 찾아오더라도, 오늘 복음 말씀처럼 하느님 안에서 ‘지혜’와 영적인 ‘키’가 

자랄 수 있는 성가정 되시기를 함께 기도드립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