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95호), 2018년 9월 30일(나해) 연중 제26주일


(생명의 말씀)    끊어 버림 


*글: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해외선교(과테말라)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미사 집전, 환자 방문, 고해성사 등을 통해 

신자들을 만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신자들을 만나며 놀란 것 중 하나는 많은 분들이 술을 마셨다는 것, 

담배를 피웠다는 것, 춤을 추고 음악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죄라 여기 고 고민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술과 담배를 남용함으로써 수많은 유혹과 죄로 빠지기 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맥주 한 캔 마신 것, 

요란한 음악을 들은 것 그 자체를 죄라고 인식하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해 폭력을 일으키고 

유혹에 빠져 죄를 지었다면, 그 부분을 꼭 고해 성사때 고백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신자들의 삶을 바라보며 문득 오늘 복음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손, 발, 눈 그 자체가 

당연히 죄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죄를 짓게 된다면 그것을 단호히 잘라버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분들이 그동안 가지고 살아왔던 죄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워낙 소박한 삶의 문화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마약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그 자체를 죄라고 생각했고, 

또한 술을 마시고 본인의 통제력을 잃은 채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술 자체를 죄라고 여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술 한 잔, 담배 한 대, 디스코 음악 그 자체가 결코 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폭력과 방종, 무분별한 생활로 이어진다면, 그래서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다면, 

마을 신자들처럼 애초에 그 자체를 끊어 버리는 것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지키는데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손을 사용하는 것,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이 

계속해서 죄를 짓는 데만 사용된다면, 우리의 눈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무관심으로 외면한다면, 그것은 분명 죄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죄를 지으며 살아갈 때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차라리 그것들을 잘라버리는 것이 

더 나은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일반 세상의 삶과는 다른 길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달란트가 

나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잘못 사용되고 있다면, 그래서 내가 그러한 도구들에 얽매여 살아간다면,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 도구 자체를 끊어 버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끊어 버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의 도구를 용기 있게 끊어

버릴 수 있는 신앙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