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94호),  2018년 9월 23일(나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이동


(생명의 말씀)    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


*글: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중학교 시절 할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내가,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들, 

그리고 친척들 모두 왜 옹기 공장을 하거나 옹기 가게를 하세요?” 할아버지는 잠깐 나를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천주교를 믿으면서 그렇게 되었단다. 나의 할아버지는 지방에서 작은 벼슬을 하고 계셨단다. 


그 할아버지의 선조들 중에는 아주 높은 직책에 오른 분들도 있었단다. 그분들은 높은 직책에 있었지만 아주 가난하게 

사셨고 사람들에게 존경도 많이 받았단다. 그런데 이 할아비의 할아버지가 천주교를 믿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사형을 

당했단다. 묘지도 어딘지 모른 채 묻히게 되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서 나머지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깊은 산속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 교우촌을 이루어 옹기를 구워서 입에 풀칠을 했단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우리 친척 중에는 옹기 공장과 장사를 하는 분들이 많단다.” 나는 그때 그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할아버지의 표정이 몹시 슬퍼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엔 

옹기 가게를 하는 부모님이 몹시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친구들을 우리 집에 데려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우리 집안이 신앙을 위해 죽은 순교자 집안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안은 망하고 가족들이 

흩어졌어도 그때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분들이 자랑스럽고 믿음의 정신이 내 안에도 흐르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하고, 

오늘 특별히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 대축일을 맞이하여 거룩한 순교자들을 공경하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매일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십니다. 이는 자기중심 적인 삶에서 

벗어나 어려움과 희생을 감수하라는 뜻입니다. 순교자들은 믿음을 위해 하나뿐인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증거한 

분들입니다.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산다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보여 주신 순교자적 삶을 사는 것 입니다. 순교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신앙의 힘, 성령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으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요 

결단입니다.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가끔 이기심에 빠져 자기 자신만을 

주장하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신앙인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가 공경하는 순교 성인들을 기억하며 그분들의 삶을 본받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한국의 성인성녀들이여!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