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보신 적 있나요?” “神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죠”


*글: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5-05 03:00수정 2018-05-05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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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여정 끝에 잉카의 신비 마추픽추에 도착한 트레커들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잉카 트레킹 코스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200명만 입장시켜 트레커들 사이에서 꿈의 코스로 불린다. 한왕용 씨 제공


“하느님 보신 적 있나요?”(한왕용 대장) 

“…….”(홍창진 신부) 

“저는 가끔 뵙는데…. 주로 높이 있으니까.”(한)

“무슨 소리야. 내가 그 분야 전문가인데.”(홍)

한왕용 대장(52)은 엄홍길과 고 박영석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座)를 완등한 산악인이다. 

그 여정은 도전과 영광도 있었지만 생명까지 내걸어야 하는 외줄의 길이었다. 때로 동료를 눈 속에 묻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픔의 길이었다. 14좌 완등 뒤 한 대장은 자신을 지키겠다는 가족과의 약속과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산을 위해 생명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그는 정복이라는 인간의 오만 속에 훼손된 산을 지키는 클린 마운틴 운동에 나섰고, 현재 ‘한왕용의 트레킹 이야기’

(www.hanstrekking.com)를 운영하며 트레킹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광명성당의 홍창진 신부(58), 한마디로 괴짜 신부다. 십수 년 접한 그의 직함 앞에는 괴짜뿐 아니라 이상한, 연예인, 심지어 

‘날라리’까지, 사제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들이 여럿 따라다닌다. 그러면서도 천주교주교회의 종교 간 대화위원회 총무 자격으로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한 통일 문제 전문가이자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 대표이기도 하다. 종교인 토크쇼로 화제를 모았던 

tvN ‘오 마이 갓’의 단골 멤버인 그는 영화와 TV에도 ‘잠깐 배우’로 곧잘 등장하는가 하면 배우 손현주 권상우 김유석과도 

가까운 마당발이다. 

그런데 하느님을 둘러싼 둘의 대화는 어떻게 됐을까.


“저는 구름이나 환상일 수도 있지만 가끔 그분을 뵌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주로 8000m 이상이라 산소도 부족하고 

목숨이 오락가락할 때라 그럴 수도 있지만….”(한) 

“나도 아직…. 하느님은 맘에 있는 거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고.”(홍)

그 분야 전문가인 홍 신부의 반응이 묘하다. 둘의 대화는 산(山)과 신(神)을 오가는데 때로 ‘개그 콤비’의 만담 같기도 하다. 

클린 마운틴 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지난달 2일 출국해 트레커들 사이에서 ‘꿈의 코스’로 불리는 잉카 트레킹을 다녀왔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 ‘꿈의 코스’ 잉카 트레킹 

3박 4일간 약 43km를 걷는 이 트레킹은 해발 2400m의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엄격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 과거 1만 명이나 되는 잉카인이 산 것으로 추정되는 마추픽추는 요새 도시로, 20세기 초반에 발견될 

때까지 오랫동안 세속과 격리돼 있었다.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로 불린다.

잉카 유적을 볼 수 있고 제한된 인원만 가능하기 때문에 트레커들 사이에서 꿈의 코스로 불린다. 한 대장 팀은 일행 9명과 

현지 가이드 2명, 포터 16명 등 27명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인다. 2인용 텐트를 포함해 요리에 필요한 장비와 음식 재료를 

모두 가져가고 쓰레기는 다시 가져와야 한다. 

홍 신부는 “멤버 대부분이 히말라야도 가고 트레킹에 익숙한 분들이지만 잉카는 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 대장은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수백, 수천 개가 있지만 여기처럼 빨리 인원이 차는 곳은 

없다”며 “오지에 인터넷도 안 되는데 국적과 종교도 다른 세계인들이 몰린다”고 했다. 

일행은 지난달 2일 한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2시간 비행하고 4시간 체류한 뒤 페루 수도 리마까지 9시간을 날아갔다. 

리마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남부 도시 쿠스코에 도착했다.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수도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어 

하루를 묵으면서 고지대에 적응하는 포인트가 된다. 4월 4일 쿠스코에서 미니밴으로 3시간을 이동해 트레킹 출발점인 

해발 2600m의 피스카쿠초에 도착했다.

“3박 4일에 43km를 가는 것이니 거리로만 따지면 매우 천천히 걷는 거죠. 하지만 고도 때문에 불가피한 속도입니다. 

여기서 아야파타∼차키포차∼위냐이와이나∼태양의 문을 통해 마추픽추로 떨어지죠.”(한) 

둘째 날, 그래도 트레킹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일행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이날 트레킹 코스 중 가장 높은 4200m 지점에 

죽은 여성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데드우먼스 패스(Dead Woman‘s Pass)’가 있기 때문이다.

홍 신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숨을 멈추면 산소가 부족해 어지럽다. 게다가 두 손까지 보태 네 발로 올라가야 하는데 울면서 

올라가는 이들도 보였다”며 웃었다. 전문가인 한 대장의 눈에는 다른 게 들어왔다. “외국인 트레커들 중 백인이 80% 이상인데 

일반 운동화를 신은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우리 일행은 거의 히말라야 원정대 분위기인데. 하하.” 

○ “완전히 ‘몰빵’해라” 

안데스의 산속에서 둘은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한마디로 ‘착하게 살아라’죠. 원주민들은 아직도 자기 고유 언어를 쓰면서 힘들게 사는데 그래도 밝아요. 그들도 눈과 귀가 있어 

잘 먹고 잘 입은 사람들을 볼 텐데,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행복해하는 게 느껴져요. 우리와 달리 비교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이 네 번째 잉카 트레킹인데 그 길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갖게 됐어요.”(한)

마추픽추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한숨 돌리며 웃고 있는 한왕용 대장(왼쪽)과 홍창진 신부. 한왕용 씨 제공


“히말라야가 자연 그대로의 ‘자연신(神)’이라면 잉카는 인간의 신앙이 만들어낸 세계 아닐까요.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신과 잉카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성지 순례였습니다.”(홍) 

곧바로 산 전문가가 “무슨 대화냐”라며 다소 공격적으로 물었다.

“그게 뭐, 간단히 말해 ‘네가 신부라는데 믿으려면 좀 제대로 믿어라. 완전히 몰빵해라’, 그런 거죠. 태양신을 섬긴 잉카인들의 

흔적을 보면서 나는 이미 열정이 없구나 하고 반성하면서 걸었어요. 어차피 믿음의 세계는 선택인데, 나는 계속 돌아보고, 

돌아오고 그랬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신의 영역은 자신이 전문가라는 홍 신부의 말에 앙금이 남은 듯한 반박도 이어졌다.

“그런데 신부님,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사람들이 태양신과 지도자를 위해 이런 건축을 했다는 것이 합리적입니까? 백성들은 결국 

착취당한 게 아닌가요? 신이 뭔데, 종교가 무엇인데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나요?”(한) 

“음, 내 생각에는 정치와 종교 가릴 것 없이 통치의 가장 큰 핵심은 신뢰 아닐까요? 불완전한 인간이 그 신뢰를 얻기 위해 종교의 

힘을 빌리는 거죠. 잉카제국을 비롯해 모든 제국이 그래왔으니까요.”(홍) 

홍 신부, 꽤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직업병이 도졌다. 트레킹 중 매일 저녁 약식으로 미사를 진행했다. 

주변의 외국인 가톨릭 신자까지 이 미사에 참여했다.

직업병에 얽힌 그의 꿈이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남극과 북극점에 깃발을 꽂고 오는데 난 미사를 드리고 싶은 거죠. 평생 가볼까 말까 

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짜릿함을 다른 분들은 이해 못 하죠.” 

한 대장의 세례명은 바오로. 그는 독실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가르침대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홍 신부 왈 “일단 현지 미사에 참여하더라. 내가 보기엔 착한 신자”라고 했다.  

○ 한 대장과 홍 대장 

요즘 새로 생긴 홍 신부의 별명이 ‘홍 대장’이다. 안식년인 올해 몇 달간 히말라야에 머물며 때로는 코스 가이드 역할을 맡아 

붙여진 것이다.

“포카라에서는 인기가 하늘을 찔렀어요. 저도 시간이 필요해서 두 팀만 받았어요.”(홍) 

“안나푸르나는 저보다 전문가가 된 듯해요.”(한)

“에이, 그래도 저는 아직 한 대장 패밀리죠.”(홍)

일행은 잉카 트레킹을 포함해 산타크루스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트레킹까지 보름 일정을 소화했다. 

비용은 약 8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팔자 좋은 사람들의 여행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한 대장은 “어디든 그리워하고 꿈꾸는 사람만 갈 수 있다”며 “이번 트레킹에 참여한 분들은 몇 년 전부터 시간을 쪼개고 돈도 

모아 참여했다”고 했다. 

산과 신에 이어 다시 목자(牧者) 얘기도 나왔다. 

“산에서는 신부님이 아니라 제가 목자죠. 정말 팀원들의 안전을 챙기다 보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입니다. 아, 어린양을 보는 

목자의 심정이 이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트레킹이야말로 인간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아닌가 합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도 히말라야나 잉카를 접하면 ‘오 마이 갓’을 

절로 외치게 됩니다. 함께 살자, 내려놓자, 이런 거죠.”(홍)  


▼한왕용 대장이 추천하는 세계 3대 트레킹▼


○잉카 트레킹… 고대 잉카인 발자취 따라

여느 트레킹과는 달리 잉카 고대 사람들이 직접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유일한 코스다. 무 
엇보다 그들의 흔적을 보고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3박 4일간 모두 43km를 걸으며 마지막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정점을 찍게 된다. 트레킹을 위해서는 반드시 페루 정부가 발행하는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하루 200명만 

입산을 허용하기 때문에 최소 8개월 전에는 미리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몽블랑 트레킹… 알프스의 멋진 자연 풍경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는 약 168km의 코스다. 히말라야 7000m급 

이상에서만 볼 수 있는 빙하와 숲, 호수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멋진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같은 듯 다른 3국의 

음식과 문화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입산은 6월 15일∼9월 15일경 해발 1000∼2000m 지대의 산장들이 문을 여는 시기가 

트레킹에 편리하고 기후도 좋다.

○파타고니아 트레킹… 빙하 위 걷는 환상 체험

안데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는 원주민 말로 ‘큰 발’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와 칠레 두 구역으로 나뉜다. 칠레 코스는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약 70km에 이른다. 12월∼이듬해 2월이 

트레킹 적기로 야생화가 만발하고 에메랄드빛 호수와 빙하를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코스는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을 기점으로 

세로토레, 피츠로이, 모레노 빙하로 이루어져 있다. 모레노 빙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빙하의 줄기 일부로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두 다리로 빙하 위를 걷는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글: 김갑식 동아일보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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