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제1462호), 2018년 4월 29일 발행


(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요한 15, 1-8), 용기내지 못했던 아쉬움


*글:  조명연 신부 /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예전에 자전거 여행을 위해 제주도에 가게 되었는데, 본당 신자분께서 호텔 숙박권을 주셔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방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편안한 침대와 함께 배치된 가구들도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호텔의 정원도 호텔의 명성에 맞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객실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어 비치된 미니바를 봤다가 너무나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호텔인 만큼 다 비싸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객실 안에 있는 그 어떤 것도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다음 일정을 위해 짐을 싸들고 방을 나오는데 객실 청소를 하시는 자매님께서 제 방을 본 뒤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손님, 방에 있는 과일을 하나도 안 드셨네요. 정말로 맛있는데….” 저는 솔직히 말했지요. “너무 비쌀까 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님께서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손님, 방의 과일은 모두 공짜입니다. 가격표가 적혀 있지 않잖아요.”

만약 누군가에게 물어봤더라면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레짐작의 판단으로 과일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요? 

여자 친구와 오랫동안 사귀다가 헤어지게 된 사회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얻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 뒤 아무도 사귀지 않고 오랫동안 혼자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오랜 독신 생활을 마치고 결혼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평생 독신으로 살 것 같았는데, 이제 이별의 아픔은 끝난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 남는 것은 차마 용기 내지 못했던 아쉬움이지, 실패한 사랑은 아니더라고. 그래서 내 여자다 싶어서 용기 있게 다가섰지.”

사랑 역시 용기가 없으면 나의 것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런 용기보다는 저절로 내게 다가오는 사랑만을 요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주님께서 포도나무의 비유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즉, 주님은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이 나무에 붙어 있는 나무라고 하십니다.(요한 15,5 참조)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주님 곁에 머무르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요한 15,4 참조) 

주님께서는 우리를 억지로 당신 곁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시지 않습니다. 그보다 우리가 의지를 세워서 주님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 의지가 용기이고,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면서 모든 것을 다 해줍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과연 행복할까요? 

주님의 사랑은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 곁을 스스로 떠나지 말 것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용기와 굳은 의지, 그리고 사랑과 믿음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참 행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생각만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당신의 서간에서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 하고 말씀하시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3,24)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주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시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 안에서 나를 통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 Peace be with You! "